1심 법원도 ‘김계환·정종범 메모’ 수사 외압 의심

강연주 기자

‘박정훈 무죄’ 판결문서 언급

공수처도 핵심 증거로 쓸 듯

‘의혹 진상 규명’ 필요성 커져

해병대 채모 상병 사망사건 수사 외압 의혹을 폭로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항명 혐의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수사 외압 의혹의 진상을 규명할 필요성이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심 재판부가 박 대령의 주요 혐의에 관해 내놓은 판단은 수사 외압 의혹과도 직결된다. 박 대령 측이 주장한 내용이 증거로 인용되면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진행 중인 수사 외압 의혹 사건 수사에서도 주요 증거로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경향신문이 12일 확인한 박 대령의 1심 판결문에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2023년 7월30일 무렵 박 대령으로부터 채 해병 사망사건 초동조사 결과를 보고받으면서 ‘사단장도 처벌 대상이 돼야 하냐’는 발언을 했는지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이 담겼다. 그간 박 대령 측은 이 전 장관이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비롯한 혐의자 8명이 포함된 보고를 받고 그런 질문을 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전 장관 측은 이 발언을 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재판부는 박 대령 측 주장에 신빙성을 부여했다. 재판부는 “장성급 장교의 처벌 및 이에 따른 후속인사 문제가 관련된 보고의 내용 및 성격을 고려할 때, 장성급 장교의 처벌 여부가 확인되며 거론되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럽다”면서 “(이 전 장관 측이) 처벌 문제가 전혀 거론되지 않았다고 진술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고 경험칙에도 부합하지 않아 보여 이를 쉽게 믿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가 이 전 장관과 김계환 전 해병대사령관, 박 대령으로 이어지는 2023년 8월2일 ‘이첩중단 명령’이 정당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도 주목할 지점이다. 재판부는 이 명령이 “(초동조사) 결과와 다른 내용으로 기록이 이첩될 수 있도록 사건인계서 내용을 수정하기 위한 목적에서 내려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당시 해병대 수사단은 초동조사 결과를 경찰에 이첩했지만, 국방부 검찰단(군검찰)이 회수해 혐의자를 8명에서 2명으로 축소해 다시 이첩했다. 재판부가 언급한 ‘내용을 수정하기 위한 목적’은 이러한 맥락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수사 외압 의혹의 구체적인 정황이 담긴 정종범 전 해병대 부사령관의 메모와 진술도 주목했다. 재판부는 2023년 7월31일 무렵 이 전 장관 주재 회의에 참석했던 정 전 부사령관이 메모한 이 전 장관 발언 가운데 ‘누구누구 수사 언급하면 안 된다’ ‘법적 검토 결과 사람에 대해 조치하면 안 된다’ 등을 판결문에 적시했다. 정 전 부사령관은 군검찰 조사에서 이 메모가 이 전 장관 지시 사항이 아니라고 부인했지만, 재판부는 증거로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김 전 사령관이 박 대령에게 이첩보류 명령을 한 사실이 없다고 판단하는 과정에서 김 전 사령관이 작성한 메모도 참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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