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성안 교수, 경호관 위한 ‘대통령 체포저지 명령 거부 방법’ 배포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공수처의 2차 체포영장 집행이 임박한 지난 12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헬멧과 전술복 등을 착용한 경호처 관계자들이 경내를 살펴보고 있다. 성동훈 기자
판사 출신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대통령경호처 직원들이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저지 지시를 거부할 수 있도록 돕는 소명서 양식을 만들어 배포했다.
차성안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3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소명서 양식을 포함한 ‘경호처 직원의 부당지시 거부법 6문 6답’을 배포했다. 경호처 직원으로서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막는 지시를 왜, 어떻게 거부해야 하는지에 대한 법적 근거와 해설을 담았다.
차 교수는 윤 대통령 체포영장 저지 지시를 거부하는 근거로 부패방지법에 따라 만들어진 ‘공무원 행동강령’을 들었다. 공무원 행동강령은 ‘상급자가 자신이나 다른 사람의 부당한 이익을 위해 공정한 직무수행을 현저하게 해치는 지시를 한 경우’를 부당지시라고 정의한다. 차 교수는 “상급자인 경호처 차장이 윤 대통령이란 타인의 체포영장 회피라는 부당한 이익을 위해 공정한 직무 수행을 현저하게 해치는 불법지시를 하고 있으니, 부당한 지시에 해당한다”고 봤다.
부당지시를 하는 상급자에게 경호처 직원은 사유를 소명하고 지시에 따르지 않을 수 있다. 차 교수가 만든 부당 지시 거부 소명서는 크게 경호처의 지시가 헌법의 취지에 반하고, 대통령경호법의 업무 범위도 아니라는 내용이 골자다. 헌법은 대통령의 형사상 불소추특권을 보장했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를 일으킨 윤 대통령이 받는 내란죄 혐의는 불소추특권에서 제외했다. 대통령경호법은 ‘대통령 신체에 가해지는 위해 방지’를 경호라고 보고 있는데, 법원은 체포영장을 발부했고 영장에 근거한 체포 절차까지 위해로 볼 수는 없다는 의견도 담겼다. 차 교수는 “양식에 날짜, 직급, 이름을 적고 서명한 후 촬영한 뒤 상급자에게 제출하면 된다”며 “사진은 가족들에게도 보내두길 권한다”고 말했다.

차성안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운데)가 13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소명서 양식을 포함한 ‘경호처 직원의 부당지시 거부법 6문 6답’을 배포했다. 강한들 기자

차성안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13일 언론에 배포한 대통령경호처 직원용 부당 지시 거부 소명서. 차 교수 제공
경호처 직원들이 한 번 부당한 지시를 거부한 뒤에도 같은 지시가 반복된다면 행동강령책임관과 상담할 의무가 생긴다. 차 교수는 “부당지시 거부와 행동강령책임관 상담을 병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소속기관의 장이 부당지시를 한 당사자일 경우 징계 등 절차는 잘 진행되지 않을 수 있지만, 법에서 의무화한 부분도 있으니 상담을 받길 권한다”고 말했다.
차 교수는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경찰의 많은 병력은 경호처가 영장 집행을 방해하지 않으면 아무 실력도 행사하지 않을 것”이라며 “체포 후 인치할 장소까지 대통령을 경호할 소수의 경호원 외에 다수의 직원들까지 체포·수색현장에 나오도록 하는 것 자체가 부당한 지시”라고 했다. 이어 “십수명 등 최소한의 경호 인력만 체포 현장에 나가면 되고 나머지 대다수 경호처 직원은 사무실에 머무르며 평소 자기 할 일을 하면 된다”고도 말했다.
차 교수는 기자회견 이후 대통령 관저에 소명서 양식 등을 전달하려 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차 교수는 “제대로 된 법률상담 없이 혼자 전전긍긍할 경호처 직원, 가족, 지인에게 적극 전달해 달라”며 “경호처도, 경찰·공수처도 다치지 않는 평화적 영장 집행이 실행돼서 법치주의가 살아있음을 보여달라”고 당부했다.

차성안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13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연 뒤 관저 입구에서 ‘부당지시 거부 소명서’를 대통령경호처에 전달하려 하고 있다. 강한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