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산불 진압도 양극화···갑부촌 지키는 ‘하루 1500만원’ 사설 소방

김희진 기자
12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 말리부의 한 언덕에 ‘팰리세이즈 산불’로 인해 잔해로 남은 주택과 손상되지 않은 온전한 주택들이 남아있다. AP연합뉴스

12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 말리부의 한 언덕에 ‘팰리세이즈 산불’로 인해 잔해로 남은 주택과 손상되지 않은 온전한 주택들이 남아있다. AP연합뉴스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에서 대형 산불에 따른 피해가 반복되자 사설 소방업체에 대한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12일(현지시간) 서부 해변의 퍼시픽 팰리세이즈에서 발생한 ‘팰리세이즈 산불’이 지나간 뒤 극명하게 다른 모습으로 남은 모뉴먼트 스트리트 지역을 소개했다. 화재가 삼킨 일부 지역은 재와 잔해로 남은 반면, 고급 상업시설과 일부 부유층의 저택은 거의 피해를 보지 않고 온전한 상태로 남았다는 것이다. 이는 사설 소방업체의 활약 때문이라고 NYT는 보도했다.

사설 소방업체는 전체 산불 진화를 우선순위에 두는 각 지방자치단체 소속 소방관들과 달리 고객이 지정하는 특정 건물을 보호하는 일을 임무로 삼는다. 이들은 현장에 출동하면 담당 건물에 산불이 옮겨붙지 않도록 나무 등 주변의 인화 물질을 제거하고, 건물에 화염 방지제를 분사하는 작업 등을 맡는다.

특정 건물을 대상으로 이런 화재 방지 작업을 할 경우 이번 LA를 덮친 대형 산불처럼 화재가 전 지역을 휩쓸더라도 피해를 빗겨날 가능성이 커진다. NYT는 지자체 및 주 기관의 소방차들이 팰리세이즈 산불을 진화하는 동안, 사설 소방업체의 픽업트럭은 담당하는 개별 주택을 감시했다고 전했다.

사설 소방업체의 주요 고객층은 고급 저택이나 상업시설을 소유한 부유층이라고 전해졌다. 한 사설 소방업체에 따르면 2명의 민간 소방관과 소형 소방차를 고용하는 데 드는 비용은 하루에 3000달러(약 480만원) 수준이라고 NYT는 전했다. 민간 소방관 20명과 소방차 4대로 구성된 팀을 고용하려면 하루에 1만달러(약 1470만원)까지 비용이 들 수 있다.

캘리포니아에서 발생한 ‘팰리세이즈 산불’ 피해로 12일(현지시간) 태평양 연안 고속도로의 주택이 불에 탄 모습. AP연합뉴스

캘리포니아에서 발생한 ‘팰리세이즈 산불’ 피해로 12일(현지시간) 태평양 연안 고속도로의 주택이 불에 탄 모습. AP연합뉴스

사설 소방업체가 대중에 처음 알려진 계기는 2018년 발생한 LA 산불이었다. 당시 킴 카다시안과 힙합 가수 카녜이 웨스트가 LA 히든힐스에 있는 저택을 지키기 위해 사설 소방업체를 고용했다는 사실이 보도되면서 화제가 됐다. 이후 미국 서부지역에서 매년 대형 산불이 반복되자 재산을 지키려는 부유층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사설 소방업계도 호황을 맞았다. 사설 소방업체들의 이익단체인 전국산불방제협회(NWSA)에 따르면 현재 미국에서 일하는 소방관 중 45%는 민간 소방관이다.

민간 소방업체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민간 소방업체 활동 탓에 공공 소화전의 물이 고갈되는 등 지자체 소속 소방관들의 업무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이런 비판이 커지자 사설 소방업체를 규제하는 법도 마련해둔 상태다. 2018년 제정된 이 법에는 소방 작업 중 공공 소방기관과의 협력 의무와 사설 소방업체의 사이렌 사용 금지 조항 등이 담겼다.

NYT는 법이 제정된 후 부유층과 직접 계약하기보다 지방정부나 보험회사 등 대형 고객에 집중하는 사설 소방업체가 늘었다고 전했다. 캘리포니아의 사설 소방업체 마운트 애덤스 와일드파이어는 화재 현장에서 정부 기관과 조율하는 일이 번거로워지다 보니 주택 소유주와 직접 계약을 맺는 일은 줄고, 정부 계약을 거쳐 업무를 처리하는 사례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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