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동운 공수처장이 지난 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 성동훈 기자
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경찰 공조수사본부가 윤석열 대통령 2차 체포영장 집행을 가로막는 대통령경호처를 무력화시키기 세 갈래로 공략하고 있다. 경호처 지휘부를 소환조사 등으로 최대한 압박하고 손해배상 청구 카드까지 검토하지만 협조하는 직원은 선처한다는 것이다. 공조본은 이를 ‘창’으로 삼아 경호처의 ‘인간 방패’를 뚫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공수처는 경호처와 13일 국방부에 ‘윤 대통령 체포에 협조해달라’는 공문을 전날 발송했다고 밝혔다. 공수처는 이광우 경호본부장, 이진하 경비안전본부장, 안경호 기획관리실장 등 경호처 지휘부 6명에, 33군사경찰대·55경비단을 경호처에 파견한 국방부에 각각 공문을 보냈다. 공문에는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하면 특수공무집행방해·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형사처벌은 물론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도 질 수 있다는 경고가 담겼다.
공조본은 ‘강경파’로 분류되는 경호처 지휘부 인사들에게 연이어 출석요구서를 보내고 있다. 경찰은 김성훈 경호처 차장이 3차례 출석 요구에 불응하자 전날 체포영장을 신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광우 경호본부장도 이날 조사에 응하지 않아 조만간 체포영장 신청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김신 가족부장에 대해선 14일 조사에 출석하라고 통지했다.
경찰의 공략에 경호처 내부에서 파열음이 감지되기 시작했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온건파’ 박종준 경호처장이 사직하자 ‘강경파’ 김성훈 차장이 부장단 회의에서 ‘무력 충돌을 불사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했다. 당시 회의에선 중간 간부들이 강하게 반발했고, 김 차장과 이 본부장의 사퇴를 요구한 간부가 대기발령 조치된 것으로 전해졌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2차 체포영장 집행이 임박한 지난 12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헬멧과 전술복을 착용한 경호처 직원들이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성동훈 기자
공수처는 경호처 지휘부의 지시에 불복하는 일선 직원에 대한 ‘선처’ 방침도 공개 발표했다. “영장 집행을 막으라는 위법한 명령에 따르지 않더라도 직무유기죄 성립 등 명령 불이행에 따른 피해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공무원은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파면돼 연금이 절반으로 깎인다. 경호관 개인으로선 법원이 발부한 영장 집행을 공직과 연금을 걸고 저지하는 일이 부담일 수밖에 없다.
경호처 직원의 형사책임 여부는 개입 수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2009년 쌍용자동차 노동조합이 공장을 점거하고 장기 농성을 벌이자 검찰은 ‘핵심 주동자’는 구속하고, ‘단순 참가자’나 ‘자진 이탈자’는 불구속 입건하거나 불입건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실제 검찰은 94명을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구속했지만 농성에서 이탈한 46명은 입건하지 않았다.
공조본은 2차 체포영장 집행 과정에서 체포 인력이 부상을 당하거나 장비가 파손되면 경호처에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윤 대통령이나 경호처 직원에게 손해배상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국가배상법은 공무원 개인에게 고의나 중과실이 있으면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된다고 규정한다. 대규모 경찰력을 이용한 전방위 채증으로 개인 신원을 특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경찰은 이미 1차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한 26명의 신원을 확인해달라고 경호처에 요청했다.
윤 대통령 변호인단은 경찰의 출석 요구가 ‘수사권 남용’이라며 반발했다. 변호인단은 이날 입장문에서 “대통령 경호는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것이며 24시간 쉼 없이 수행돼야 한다”며 “경호처 간부들에 대한 체포영장 신청과 줄소환은 지휘체계를 무력화하려는 불순한 의도이며 국가안보에 대한 자해”라고 밝혔다.
변호인단은 윤 대통령이 ‘무기 사용’을 지시했다는 보도에 대해선 “가짜뉴스”라고 부인했다. 변호인단은 “대통령은 평소 일상적인 업무 매뉴얼에 의한 적법한 직무수행을 강조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2차 체포영장 집행이 임박한 지난 12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헬멧과 전술복을 착용한 경호처 직원들이 경내를 살펴보고 있다. 성동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