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열린 반인권적인 비상계엄 동조안건 철회 촉구 및 인권위 규탄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시민사회단체들이 국가인권위원회에 ‘윤석열 방어권 보장’ 안건을 상정한 인권위원들을 규탄하며 “내란세력을 옹호하는 안건이 상정되고 의결된다면 인권위는 존재 의미를 잃는다”고 밝혔다.
국가인권위원회 바로잡기 공동행동 등 시민단체들은 13일 오전 서울 중구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안창호 위원장과 김용원 상임위원 등 6명의 사퇴를 촉구했다.
장예정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은 “김 상임위원이 내민 문서는 인권위 구성원으로서, 법조인으로서 자격 미달”이라며 “당신들의 안건이 통과된다면 시민들은 이 사회의 유일한 인권위의 붕괴를 두고 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한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소수자인권위원장은 “안건의 제안 배경을 보면 계엄 선포 후 1500여명의 병력이 국회와 선거관리위원회 등에 투입되었으나 중상·사망이 없다고 했다. 마치 2시간짜리 계엄이 어디에 있냐는 윤 대통령 측의 궤변을 떠올리게 한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3시 열리는 인권위 전원위원회에는 김용원 상임위원 등의 요청으로 ‘(긴급) 계엄 선포로 야기된 국가적 위기 극복 대책 권고의 건’이 상정돼 있다. 이 안건에는 윤 대통령을 불구속 수사하고 방어권을 충분히 보장하라는 권고가 포함됐다. 지난 10일 전직 인권위원·사무총장 등이 안건을 폐기해달라며 안 위원장을 항의 방문하기도 했지만 안건은 그대로 상정됐다.
박 위원장은 “세계국가인권기구연합(GANHRI) 승인소위원회는 2018년 ‘국가인권기구는 쿠데타 또는 비상사태에도 본연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며 인권침해 기록과 모든 사안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 발표 등 인권기구의 역할을 다할 것을 강조했다”며 “그런데 우리 인권위는 무엇을 했나. 내란의 밤에 침묵하고 계엄으로 인한 인권침해에 대해 직권조사해야 한다는 안건을 거듭 철회했다”고 말했다.
단체들은 “반인권적이고 무책임한 위원장과 인권위원들로 인해 이미 만신창이가 됐지만, 그래도 시민들의 인권을 옹호하는 마지막 보루라고 믿었던 인권위가 이 지경까지 무너진 것에 분노와 절망을 느낀다”며 “시민의 인권을 짓밟은 이들을 옹호하는 것도 시민의 인권을 짓밟는 일이다. 인권을 짓밟는 내란 세력을 옹호하는 안건이 상정되고 의결된다면 인권위는 그 존재 의미가 없어진다”고 했다.
이들은 오후 2시부터 인권위에서 안건 상정에 관한 항의를 하고 전원위 방청을 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