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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계엄 당시 경찰, 국회에 ‘수갑 4정’ 갖고 출동했다

허진무 기자    이창준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난달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경찰이 시민들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난달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경찰이 시민들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경찰이 수갑 4정을 갖고 국회에 출동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국회의 계엄 해제 의결을 저지하는 ‘정치인 체포조’를 경찰이 지원했다는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검찰 수사에 반발하며 일부 형사가 자체 판단으로 수갑을 갖고 출동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13일 경찰청이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조사 자료를 보면, 서울 영등포경찰서 형사 77명은 지난 3일 오후 11시30분부터 4일 오전 3시20분까지 국회 수소충전소, 국회 1문, 국회의사당역 4번 출구 등에 출동했다. 이들은 사복 차림으로 수갑 4정을 갖고 있었다. 경찰은 이 자료에서 이들의 역할을 ‘국회 앞 인파 밀집 관련 우발(상황) 대비’로 설명했다. 하지만 국회 수소충전소는 국군방첩사령부가 경찰과 합류해 ‘체포조’를 구성하려 계획했다고 검찰이 지목한 장소다.

검찰은 경찰이 방첩사의 요청을 받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대표, 우원식 국회의장 등에 대한 ‘체포조’를 지원했다는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검찰은 계엄 선포 당일인 지난해 12월3일 오후 11시32분쯤 구인회 방첩사 수사조정과장이 이현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수사기획계장에게 “방첩사 5명, 경찰 5명, 군사경찰 5명을 한 팀으로 체포조를 편성해달라”고 요청했다고 의심한다. 이 계장이 구 과장에게 영등포경찰서 형사 10명 명단을 전송했고, 이튿날 오전 1시쯤 국회 수소충전소 인근에 형사 10명을 포함한 경찰관 50명이 대기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를 압수수색하고 우종수 국가수사본부장을 비롯한 경찰 지휘부의 휴대전화를 압수했다. 경찰은 방첩사로부터 국회 현장을 안내할 인력 지원을 요청받아 영등포경찰서 형사 10명 명단을 제공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이 자료를 보면 당시 영등포경찰서 소속 295명이 국회 주변에 출동했지만 수소충전소 등에 출동한 77명 중 일부가 수갑을 갖고 있었다. 다른 경찰관들은 무전기 등만 갖고 출동했다. 다만 수갑을 소지했던 형사들이 경찰이 방첩사에 제공한 명단에 이름을 올린 형사 10명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달 기자들과 만나 “일부는 수갑을 차고 있었지만 자신의 판단으로 가지고 간 것”이라며 “명단에 있던 형사 10명은 아예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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