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상욱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14일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 가결 후 홀로 앉아 있다. 한수빈 기자
김상욱 국민의힘 의원이 13일 의원총회에 참석해 “내란 특검법이 꼭 필요하다”고 밝혔다. ‘의총에 나와서 본인의 입장을 말하라’는 당내 요구에 직접 의견을 밝힌 것이다. 하지만 김 의원에 대한 여당 의원들의 반응은 냉랭했다. 권성동 원내대표의 ‘탈당 권유’에 이어 이날 비공개 의총에서도 “김 의원은 정치를 잘못 배웠다. 나가라”는 취지의 발언이 쏟아졌다. 김 의원은 의총 도중 회의장을 떠났다.
국민의힘은 이날 의총에서 야당의 제3자 추천 방식 내란 특검법 발의에 대응한 자체 특검법을 발의 여부 등에 대해 논의했다.
김 의원은 의총장에서 나와 기자들에게 “저는 특검법이 꼭 필요하다는 취지로 말씀을 드렸다”며 “거기에 대해 특검법이 필요하지 않느냐는 반론들도 많이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김 의원에 대한 탈당 권유 소동 이후 처음 열린 의총인 만큼 김 의원의 참석 여부가 주목을 받았다. 앞서 권성동 원내대표는 지난 8일 내란·김건희 특검법 재표결에서 반대 당론과 달리 찬성 투표한 김 의원에게 탈당을 권유했다고 밝혔다. 당내에선 “김 의원은 지금까지 의총에 나와서 본인의 입장을 이야기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에 김 의원이 이날 의총장에 모습을 드러냈지만 분위기는 냉랭했다. 다른 의원들이 도착하기 전 미리 의총장을 찾아 한쪽 구석에 자리를 잡은 김 의원에게 먼저 인사를 하거나 말을 거는 의원은 거의 없었다. 김 의원 바로 옆자리에서 대여섯명의 의원들이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나누는 동안 김 의원은 자리에 앉아 자료 읽기에만 몰두했다.
이어진 비공개 의총에선 김대식 원내수석대변인은 김 의원을 향해 “우리가 전두환 추종세력인 것처럼 얘기를 하면 안 된다” “나가라. 정치를 잘못 배웠다. 앞으로 나한테 ‘형님’이라고 하지 말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김 의원은 의총 도중에 회의장을 나왔다.
한 재선 의원은 “당에 들어왔으면 당론을 따라야 한다. 그게 싫으면 무소속으로 출마해야 한다”며 “그 사람(김 의원)은 왜 그러냐. 자기 때문에 다른 사람은 공천을 못받았을텐데 남한테 피해는 주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직접적으로 탈당하라는 표현을 쓰지는 않았지만 생각이 다르면 같이 갈 수 없지 않느냐는 취지의 말씀은 있으셨다”고 밝혔다. 그는 “의총은 생각을 하나로 모아야 하는 공간이 아니라 생각을 다양하게 나눠야 하는 공간이다. 그게 아니고 표 단속 목적의 의총이라고 느껴졌을 때 저로서는 답답함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13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권성동 원내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국민의힘 내에선 김 의원을 비롯해 당론을 이탈한 의원들에 대한 비토 정서가 지배적이다. 국회의원은 양심에 따라 국회에서 투표할 자유를 보장한다는 국회법이나 당헌은 무시된다. 다양성 차원에서 소장파들을 존중하는 분위기도 찾기 힘들다. 이날 의총에는 윤 대통령 탄핵에 찬성 표결을 한 진종오·한지아 의원 등 친한동훈계 의원들도 참석했지만, 김 의원과 마찬가지로 한쪽 구석에 앉아 다른 의원들과 교류를 하지 않는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