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 금지 최후 수단으로 고려해야” 취지
대법 “최소 침해·비례성 원칙에 반해”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전경. 한수빈 기자
코로나19 시기 1인 시위를 제외한 모든 집회를 금지한 강원 원주시 행정명령을 어겨 벌금형이 선고된 노동조합 조합원들에 대해 대법원이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며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집회 금지는 최후의 수단으로 고려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과 감염병예방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조합원 4명에게 벌금형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고 14일 밝혔다.
이들은 2021년 7월23일부터 8월1일까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고객센터 직영화와 노동자 직접 고용’을 요구하는 집회를 벌인 혐의로 기소됐다. 이 시기 원주시는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3단계로 하면서 집회금지와 관련해선 4단계로 격상했다. 4단계에선 1인 시위만 허용됐다. 원주시는 노조 측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1인이 팻말을 들고 서 있었던 것도 “1인 시위로 볼 수 없고 행정명령을 어긴 것”이라며 경찰에 고발했다.
재판 과정에서 노조 측은 “원주시 행정명령은 원주 시내 모든 집회를 일률적으로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집회 및 시위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한다”며 “최소침해성의 원칙이나 비례의 원칙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1·2심 재판부는 이들이 감염병예방법 등을 위반했다고 보고 노조 지회장에게 벌금 200만원, 조합원들에게 벌금 50만원을 각각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지방자치단체장은 주민의 생명권과 건강권을 최우선으로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고 감염병 예방을 위해 집회에 취할 수 있는 제한에도 상당한 재량권을 가진다”며 “이 행정명령은 합리적 범위 내에서 필요한 조치라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1인 시위는 허용했으므로 집회·시위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며 “평등의 원칙 등에 위배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집회의 금지는 집회를 허용하는 가능성을 모두 소진한 후에 비로소 고려될 수 있는 최종적인 수단으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와 헌법재판소 결정례를 인용했다. 헌법상 보장된 집회의 자유는 침해를 최소화할 수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고, 그런 방안을 찾고 난 뒤에 가장 마지막에 고려돼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한 구체적인 조건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집회의 자유를 덜 제한하는 방안을 모색할 수 있었다고 보인다”며 “원주시에서 모든 집회를 전면적·일률적으로 금지할 정도로 코로나19 확산 상황이 심각하다고 볼 만한 객관적·합리적 자료를 찾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어떠한 예외도 두지 않고 모든 집회를 전면 금지한 것으로서 침해의 최소성을 갖춘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도 밝혔다.
당시 원주시는 집회를 제외하고는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기준 적용했기 때문에 실내에서 개최하는 50인 미만 행사나 축제는 가능했다. 대법원은 “옥외에서 개최되는 집회에 대해서만 전면 금지를 명한 것은 비례성을 갖춘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