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건 못 갖춘 비상계엄 위헌·위법” 계엄 피해자 44년만에 무죄 선고

유선희 기자
“요건 못 갖춘 비상계엄 위헌·위법” 계엄 피해자 44년만에 무죄 선고

1980년 전두환 정부 시절 비상계엄 때 ‘순화 근로봉사대원’으로 노역하다 도주한 혐의로 징역형을 확정받은 피해자가 재심을 통해 44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재판장 박준석)는 지난 9일 계엄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1981년 4월 장기 징역 1년, 단기 징역 6개월이 확정된 피해자 A씨에 대한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전두환 정부 시절인 1980년 8월 순화 근로봉사대원으로 노역했다. 삼청교육대 설치 근거가 된 계엄포고 13호에 근거해 A씨를 끌고 갔다고 한다. A씨는 부대 영내 철조망 주변에서 작업 중 경계병의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도주하다 검거돼 재판을 받았다.

A씨는 1980년 11월 유죄가 인정됐고, 이듬해 항소와 상고 모두 기각돼 징역형이 확정됐다. 이후 40여년이 흐른 지난해 8월 A씨는 서울중앙지법에 재심을 청구했고, 법원이 받아들이면서 재판이 시작됐다.

재심을 맡은 재판부는 그간 대법원에서 계엄 포고 요건을 세운 판례를 인용했다. “구 계엄법 13조에서 정한 ‘군사상 필요할 때’는 극도로 사회질서가 혼란해진 상태 등이 현실적으로 발생해 경찰력만으로는 도저히 비상사태의 수습이 불가능하고 군병력을 동원해 직접적인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 꼭 필요하게 된 때를 뜻한다”는 게 대법원 판례다.

재판부는 “이 사건 계엄포고가 발령될 당시 국내외 정치·사회상황이 법에서 정한 ‘군사상 필요할 때’에 해당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헌법과 법률에서 정한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발령됐다”고 판단했다. 이어 “이 계엄포고는 당초부터 위헌·무효이므로 계엄포고를 위반했음을 전제로 한 공소사실은 ‘범죄로 되지 아니하는 때’에 해당한다”며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역대 정권이 포고한 계엄령에 대해 잇따라 무효 판결을 내려왔다. 2018년 12월 박정희 정권의 비상계엄 포고령에 대해 “계엄 발동 요건을 갖추지 못한 위헌·위법한 조치였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삼청교육대 근거가 된 계엄포고 13호는 발령 절차와 내용 모두 위헌·위법해 무효라고도 판단했다. 그보다 앞선 1997년 4월17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전두환·노태우의 내란죄 등 사건’에서 1980년 5월17일 비상계엄을 전국으로 확대한 신군부의 조치가 “국헌문란을 목적으로 한 내란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의 위헌·위법성 다투는 탄핵심판 사건은 현재 진행 중이다. 윤 대통령은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로 수사대상에도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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