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인자서 ‘공탁 포함’ 삭제···“감경인자 오인 우려”

대법원 전경사진. 한수빈 기자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직장 내에서 벌어지는 성범죄에 대해 최대 징역 3년9개월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양형기준을 새롭게 설정했다. 직장 등 일터에서 위계에 의한 성범죄가 계속되면서 처벌을 강화했다.
양형위는 지난 13일 136차 회의를 열고 성범죄에 대한 양형기준을 새롭게 설정했다고 14일 밝혔다. 양형기준이란 법관이 형량을 정할 때 참고할 수 있는 기준이다. 법관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형량 차이가 지나치게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양형인자(감경·가중)를 정해둔 것이다.
양형위는 지난해 6월 전체회의에서 성범죄에 대한 양형기준 유형을 ‘공중밀집장소 추행’ ‘피보호·피감독자 추행’ ‘피보호·피감독자 간음’ 등으로 나눴다. 이번 회의에서는 권고 형량범위와 양형인자 등을 마련했다. 권고 형량범위는 “성폭력처벌법 개정·시행으로 법정형이 강화된 점을 반영했다”고 밝혔다.
양형위는 ‘공중밀집장소 추행’과 ‘피보호·피감독자 추행’의 경우 기본 법정 형량을 ‘6개월~1년’으로 권고했다. 행위의 정도에 따라 최대 ‘10개월~2년’까지 선고할 수 있다. ‘피보호·피감독자 간음’은 기본 ‘8개월~1년6개월’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했다. 가중요소가 반영되면 최대 ‘1년~2년6개월’을 선고할 수 있다. 죄질이 불량하면 양형기준에서 권고하는 형량 범위 상한을 2분의 1까지 특별 가중할 수도 있다.
이를 종합하면 ‘공중밀집장소 추행’과 ‘피보호·피감독자 추행’은 최대 징역 3년까지, ‘피보호·피감독자 간음’은 징역 3년9개월을 선고할 수 있다.
성범죄 사건에서 공탁을 포함한 피해회복을 감경인자로 두고 있는 것도 손봤다. 양형인자에서 ‘상당한 피해 회복(공탁 포함)’으로 명시한 부분 중 ‘공탁 포함’ 문구를 모두 삭제했다. 양형위 측은 “공탁은 피해회복 수단에 불과하나 ‘공탁포함’이라는 문구로 인해 공탁만으로 당연히 감경인자가 되는 것처럼 오인할 우려가 있다는 비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회의에선 지난 회의에서 마련한 동물보호법 위반과 사기범죄,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양형기준 초안도 의결했다. 양형위는 다수의 동물을 반복해서 학대하면 최대 징역 3년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양형기준을 새롭게 설정했다. 사기 범죄 양형기준도 늘었다. 피해금액이 300억원 이상인 일반사기는 최대 양형기준이 기존 13년에서 17년으로 늘었고, 같은 액수의 조직적 사기는 무기징역까지 선고할 수 있다.
각 양형기준안은 오는 3월24일 전체회의에서 최종 의결을 거쳐 확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