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을까 떠날까, 남이냐 북이냐···생포된 북한 병사들 운명은

박은경 기자

북한 송환은 심각한 인권 침해 우려

국제법상 포로 지위 부여도 쉽지 않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군에 생포된 북한군 2명을 공개했다. 젤렌스키 텔레그램 갈무리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군에 생포된 북한군 2명을 공개했다. 젤렌스키 텔레그램 갈무리

러시아로 파병됐다가 우크라이나에 생포된 북한 병사가 신문이 끝난 뒤 어디로 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한 송환 시 인권 침해 우려가 제기되고 우크라이나 내 체류에는 적응 등 현실적 문제가 따르는 가운데, 한국행이 최선이라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하지만 이들에게 국제법상 포로 지위를 부여하기조차 쉽지 않다는 현실적 문제도 제기된다.

영국 매체 가디언은 13일(현지시간) ‘송환인가, 적들 속의 삶인가: 우크라이나에 의해 생포된 북한군의 운명은’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북한 병사가 북한으로 송환될 경우 인권 보호가 어려울 수 있다고 보도했다. 북한군이 포로로 잡히면 가족들이 보복당할까 두려워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투항을 막기 위해 동료를 처형한다는 정보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달 미국 백악관은 북한군 포로가 고국의 가족에 대한 보복을 두려워해 자살한다는 정보를 입수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우크라이나 당국은 북한군이 투항을 막기 위해 동료를 처형했으며, 러시아군이 사망한 병사의 신원을 감추기 위해 얼굴을 불로 태워버리는 사례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북한 인권 단체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의 신희석 법률 분석관은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북한 병사가 송환될 경우 반역자로 처벌받을 가능성이 크다”며 우크라이나가 이들을 북한으로 돌려보내는 것은 인권에 반하는 조치”라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 병사의 송환은 우크라이나가 민주주의와 자유를 지키기 위해 러시아와 싸운다는 주장과 모순된다”면서 국제사회가 북한 병사가 송환되지 않도록 우크라이나를 설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군이 억류한 자국군을 송환받는 조건으로 생포된 북한군을 풀어줄 수 있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엑스(옛 트위터)를 통해 “김정은이 러시아에 억류된 우크라이나 전쟁 포로와 북한군 교환을 추진 할 경우에만 북한군을 김정은에게 넘길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지난 12일에는 한 북한 병사가 신문에서 “여기(우크라이나)서 살고 싶다”고 말하는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다만 언어와 문화 차이를 고려할 때 우크라이나에서의 체류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따를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전쟁에서 교전 중 붙잡힌 이들은 원칙적으로 전쟁 포로로 분류되며, 이들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포로 교환 대상이 된다는 게 일반적 견해다. 하지만 북한과 러시아가 이들의 소속을 공식적으로 확인하지 않으면 국제법상 포로 지위를 부여받기 어려울 수 있다. 다만 포로 지위를 부여받더라도, 자국으로 송환 시 탄압과 처벌 등의 인권침해 위험이 크다면 송환 의무에서 제외될 가능성도 있다.

이에 따라 북한 병사가 우크라이나에 남거나 제3국으로 갈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가디언은 한국행이 북한 병사들에게 최선의 선택이라면서도 북한 병사가 실제로 한국행을 선택할 가능성은 작다고 봤다. 탈북 주민들이 오랜 준비 끝에 한국에 오는 것과 달리, 북한 병사들은 한국을 ‘적의 땅’으로 여겼을 가능성이 커 이를 고려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으로 돌아갔을 때의 생존 가능성을 생각하면 한국행이 최선이라고 이 매체는 강조했다.

13일 국가정보원은 국회 정보위원회 비공개 간담회에서 포로가 한국행 의사를 표명한 사례는 아직 없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헌법적 관점에서 북한군도 우리나라 국민으로 간주되며, 이들이 귀순을 요청할 경우 우크라이나와 적극적으로 협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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