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을 일주일 앞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우리 행정부 덕분에 미국은 전 세계적인 경쟁에서 이기고 있다”며 “중국은 절대로 우리를 추월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미국·일본·한국 간 3자 협력 관계를 사상 처음으로 구축했다”며 3국 협력을 ‘동맹관계 강화’의 주요 성과로 거론하기도 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귀환에 불안해하는 동맹들과 우크라이나와 중동에서의 전쟁으로 인한 세계정세 혼란을 도외시한 인식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국무부 청사에서 외교정책 연설을 시작하기 전에 청중들에게 착석하라는 제스처를 하고 있다. 오른쪽은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AP연합뉴스
바이든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국무부 청사에서 외교 분야 성과를 자평하는 연설을 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의 소개를 받고 연단 위에 올라선 그는 “내 임기 동안 모든 영역에서 미국의 국력을 신장했다”며 4년 전과 비교해 미국의 위치가 근본적으로 달라졌다고 주장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러면서 자신이 차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동맹들은 더 강력해지고, 적들은 더 약해진 미국”을 물려주게 됐다고도 밝혔다.
그는 한·미·일 3자 협력과 더불어 미·일·필리핀 3자 협력, 미·영·호주 군사동맹 오커스(AUKUS), 미·일·호·인도 안보협의체 쿼드(Quad) 등을 인도태평양 지역 외교 성과로 언급했다. 또한 “무력을 과시하며 러시아와 더 가까워지는 북한을 억제해야 한다”고도 밝혔다.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 우위 확보를 강조하며 “반도체나 핵심 기술에서 그러했듯이 인공지능을 오프쇼어링(offshoring·해외 생산시설 이전)해서는 안 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설에서 차기 행정부가 “매우 유리한 입지”에서 외교정책을 펼치게 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임기의 실책에 대해서는 거의 인정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그는 “나는 후임자에게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물려주지 않는 첫 대통령”이라고 아프간 철군 결정을 옹호했지만, 미군 13명이 희생된 철군 과정에서 미국의 위상은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에서 내가 몇 달 전 구체화한 제안이 마침내 현실화할 조짐을 보인다”고 말했다. 휴전 합의 타결이 막바지 단계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지만, 미국이 이스라엘을 제어하기 위해 무기 지원 중단 등으로 대응하지 않아 가자전쟁이 장기화하고 민간인 참상이 커졌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 조기 종식을 주장하는 트럼프 당선인을 염두에 둔 듯 ‘우크라이나를 위한 정의롭고 항구적인 평화’를 종전 해법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미국이 러시아의 침공 직후부터 우크라이나 지원을 주도하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결속을 끌어냈지만, 우크라이나 전황은 러시아에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폴리티코는 바이든이 “트럼피즘과 미국 우선 정책을 끝내겠다고 한 핵심 약속을 실행하는 데 실패”했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트럼프 취임을 앞두고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주 재임기 자신의 ‘레거시’를 홍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15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할 대국민 고별 연설에서도 성과를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30% 중반대로 역대 최저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