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4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더불어민주당이 2차 내란 특별검사법 수사 대상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외환죄’ 혐의를 삭제할 지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정부·여당의 특검법 거부 명분을 약화하고, 일각에서 제기되는 역풍 우려를 고려해 외환죄 부분은 빼야 한다는 의견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수첩 등에 등장하는 ‘북풍 유도’ 실체를 확인해야 한다는 주장이 부딪히고 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1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외환죄와 관련한 부분은 우리가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특검법 수정 가능성을 내비쳤다.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에 동조하는 수사가 될 것이라는 여당 주장은 소설도 그런 소설이 없다”면서도 “안전장치를 이미 뒀지만, 그것도 부족하다면 여당의 안을 보고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조승래 수석대변인도 SBS라디오에 출연해 “톤을 낮추거나 더 강화하는 것은 (여당과의) 협상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본회의에서 처리되기 전까지는 그 어떤 안도 수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등 야6당은 지난 9일 윤 대통령의 외환죄 혐의를 수사 대상에 포함하는 2차 내란 특검법을 발의했다. 특검법 정식 명칭도 ‘윤석열 정부의 내란·외환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으로 정하며 외환죄 혐의를 강조했다. 구체적으로는 해외 분쟁지역 파병, 대북확성기 가동, 대북전단 살포 대폭 확대, 무인기 평양 침투, 북한의 오물풍선 원점 타격, 북방한계선(NLL)에서의 북한 공격 유도와 이를 통한 전쟁 또는 무력충돌을 일으키려 한 혐의 등을 언급했다.
민주당이 외환죄 혐의 삭제를 고민하는 배경엔 결국 특검법 관철을 위해선 정부와 여당의 협조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여야 합의를 재차 강조하며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시사했고, 재의결을 한다고 해도 여당에서 찬성 8표를 끌어와야 하는 숙제가 남아있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통화에서 “1차 내란 특검법 재의결 때 부족했던 2표를 모을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여당은 외환죄 수사 가능성을 열어두는 데 강경 반발하고 있다. 대통령 고유 권한인 대북 정책은 수사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법조계 일부에선 북한을 국가로 인정해야 외환죄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는 의견도 있다. 헌법은 북한을 국가로 보지 않는다.
일부 수정 조치는 이미 이뤄졌다. 야당이 다수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전날 2차 내란 특검법을 본회의로 넘기면서 ‘12·3 비상계엄 사태’에 한해 외환죄 혐의를 수사하도록 문구를 수정했다. 이에 더해 외환죄 부분을 아예 삭제하는 쪽으로 추가 수정을 할지가 관건이다.
민주당 일부에서는 최근 급격히 좁혀진 여야 정당 지지율 등을 고려해 강경 일변도의 대여 정책에서 벗어나 외환죄 혐의 삭제 등의 유화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정무수석을 지낸 최재성 전 의원은 YTN라디오에 출연해 “외환죄를 턱 얹어 놓으니 국민의힘이 거부할 명분을 오히려 줬다”며 “이런 엄청난 사안을 해결할 땐 진중하고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마음가짐과 몸가짐, 생각은 민주당이 훨씬 더 수세적으로 가야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민주당 주류는 여전히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친이재명(친명)계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외환죄를 뺀 수정안을 제시하면 국민의힘은 결국 내란 혐의도 빼라고 할 것”이라며 “끌려가선 안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