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2차 체포영장 집행을 앞둔 14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경내에서 경호처 관계자들이 이동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12·3 비상계엄 사태로 내란 수괴(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 체포를 시도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이 14일 체포영장 재집행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끝마쳤다. 공수처와 경찰이 꾸린 공조수사본부(공조본)는 영장 집행을 막고 있는 대통령경호처 내 강경파 수뇌부를 무력화시키기 위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았고, 1000명 규모에 달하는 경찰 인력을 대기시켰다.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영내 재진입을 위한 실무준비를 끝마친 것이다. 공수처와 경찰은 경호처와 협의 절차도 거쳤다. 서울경찰청 소속 기동대에도 15일 새벽 한남동 관저로 출동하라는 명령이 하달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특수단)은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소속 수사관 301명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 파견 발령키로 했다. 필수 상주 인력을 제외하면 광수단 수사 인력 전원이 투입되는 셈이다. 여기에 서울청 안보수사대, 경기남부·북부와 인천 등 광역수사부서 등이 더해져 체포영장 집행에 동원되는 경찰 인력은 약 1000명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파견 발령 및 동원 명령은 수사관들을 체포영장 집행에 투입하기 위한 실무 절차의 마지막 단계로 풀이된다.
이날 법원은 경찰이 특수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신청한 김성훈 경호처 차장(경호처장 직무대행)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강경파로 알려진 김 차장은 앞서 세 차례 경찰 출석 요구에 불응했다. 공조본이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에 나서면 경호처 대오를 무너뜨리기 위해 김 차장의 신병을 우선 확보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경호처 부장급 간부들은 체포영장 재집행 상황이 벌어지면 스크럼을 짜지 않고 대응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1차 체포영장 집행 당시엔 경호처 직원들이 스크럼을 짜고 저항했다.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은 이르면 15일 새벽 시작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공수처와 경찰은 체포영장 집행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공수처는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 등이 요청한 방문조사 등에 대해 “검토한 바 없다”고 일축했다. 일각에서 제기된 ‘영장 집행 전면 재검토설’에 대해서도 “전면 재검토 단계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경찰 관계자는 “광수단 형사들도 내일 집행으로 알고 대기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경호처의 저항, 관저 앞 집회 군중 충돌 등 돌발상황이 예상되므로 공수처와 경찰은 막판까지 영장 집행 계획을 고심하고 있다.
기관 간 물밑 협의도 분주하게 오갔다. 경찰 비상계엄 특수단은 이날 오전 10시쯤 체포영장 집행 실무 지휘부를 소집해 3차 작전회의를 했다. 회의에는 공수처 부장급 검사와 평검사 등 5명도 참석했다. 회의에선 관저 경내에 배치된 버스와 철조망 등 장애물을 제거 또는 우회하는 방안 등 영장 집행을 위한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공수처와 경찰은 오전 8시 경호처 인사와 만나 체포영장 집행 관련 협의를 진행했지만 별다른 결론 없이 끝냈다. 공수처 관계자는 “(3자 협의가) 집행 계획에 영향을 주진 않을 것”이라고 했고, 특수단 관계자는 “안전하고 평화적인 영장 집행을 위한 협조를 요청했고 경호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갑작스러운 3자 협의를 두고 체포영장 집행이 연기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지만 공조본 안팎의 기류와 경호처 반응을 고려하면 영장 집행을 막지 말라는 ‘선전포고’성 만남이었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공수처는 이날 대통령 관저 외곽 경비를 맡은 수도방위사령부 55경비단으로부터 공조본과 국방부 조사본부 수사관들의 관저 출입을 허가하는 내용의 공문을 받았다. 최종 출입 허가를 받은 상태는 아니다. 군과 함께 관저 경비 업무를 담당하는 경호처 승인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공수처발 ‘관저 지역 출입 승인’ 보도가 나온 뒤 국방부 대변인실은 “수사협조를 요청하신 지역은 군사시설보호구역이며, 동시에 국가보안시설 및 경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우리 기관에서 단독으로 출입에 대한 승인이 제한된다. 따라서 대통령 경호처 출입승인 담당부서에 추가적인 출입승인이 필요함을 안내해 드린다”고 알렸다. 추가 승인을 못 받으면 2차 체포영장 집행도 1차 때처럼 난항을 겪을 수 있다. 경호처 측은 추가 승인 여부를 두고는 언급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