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견고한 미국 경제에 글로벌 금융시장이 불안에 떨고 있다.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대폭 후퇴하면서 미 국채 금리는 치솟고 위험자산선호심리 확대로 기술주는 하방 압력을 받고 있다. 트럼프 차기 행정부의 ‘관세 속도 조절론’에 안도하며 환율이 1460원까지 내려왔지만,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 등이 산적한 만큼 변동장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14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7.6원 하락한 달러당 1463.2원에 주간거래를 마쳤다. 코스피 지수는 전날보다 7.84포인트(0.31%) 오른 2497.40에 거래를 마감했다.
전날 환율은 1470원선을 넘기고 코스피는 1% 넘게 하락했지만, 이날은 국내 금융시장이 양호한 흐름을 보였다. 트럼프 차기 행정부가 보편 관세 세율을 점진적으로 인상하는 ‘속도 조절’에 나선다는 외신 보도가 전해지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소폭 꺾이면서다.
다만 불안심리는 여전하다. 최근 위험회피심리가 확대되며 외국인은 이날 약 3000억원을 순매도, 이틀만에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1660억원 가량을 팔아치웠다.
글로벌 금융시장은 미국발 충격에 크게 흔들리고 있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발표된 미국 고용지표의 호조가 오히려 시장에 공포를 주고 있다. 견고한 경제에 인플레가 꺾이지 않을 것이란 우려로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인하 횟수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으로 커지면서 시장금리가 크게 뛰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13일(현지시간)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4.79%에 마감하며 52주 신고가를 기록했다. ‘돈의 가격’인 시장금리가 높으면 기업의 자금조달 비용이 높아져 실물경제에 악영향을 주고 자산의 현재가치도 낮아져 금융시장에도 악재로 작용하게 된다.
통화정책 불확실성과 금리에 대한 공포로 위험자산을 회피하려는 심리가 커지면서 이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4거래일 연속 하락, 지난달 27일 이후 처음으로 1만9000선을 밑돌았고 비트코인은 장중 9만달러도 내줬다.
반면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커지면서 같은 날 달러인덱스(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는 지난 2022년 11월 이후 처음으로 110선을 웃도는 등 달러가 강세를 보였고, 13일(한국시간) 국내 금 가격은 그램 당 13만580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는 “그동안 애써 호재에만 반응했던 시장이 이젠 본격적으로 악재들을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며 “미국 증시의 조정세 내지 약세장의 가능성도 커졌다”고 평가했다.
불확실성이 가중되면서 금융시장의 불안심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한국시간으로 15일 밤 발표되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와 16일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도 시장에 영향을 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CPI가 예상치를 대폭 상회할 경우 미국의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며 금리인하 기대감이 더욱 후퇴할 수 있다.
조준기 SK증권 연구원은 “미국 CPI가 최소 전망치(컨센서스)에 부합하는 정도로 나와야 시장이 그나마 안정될 것으로 생각된다”며 “국내는 금통위와 20일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전후로 변동이 커질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