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42대 대한체육회장으로 당선된 유승민이 14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제42대 대한체육회장선거에서 당선 소감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와 노골적으로 대립하는 체육회장을 보고 개혁 필요성을 절감한 체육계 선택은 ‘경험 많고 유능한 젊은피’였다. 유승민 전 대한탁구협회장(43)이 이기흥 현 대한체육회장(70)의 3선을 저지하며 대한체육회장에 당선됐다.
유 후보는 14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 홀에서 열린 제42대 대한체육회장 선거에서 유효표 1209표(총 투표 참여자 1225명) 중 417표를 얻어 이기흥 후보(379표) 등 다른 후보 5명을 따돌리고 최다득표를 얻었다. 득표율 34.5%다.
유 당선인은 조만간 열리는 대한체육회 대의원총회에서 회장 인준을 받은 뒤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승인을 받으면 회장 임기를 시작한다. 임기는 2029년 2월까지다. 임기 중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2028 LA 하계올림픽 등 각종 국제대회가 열린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탁구 금메달리스트인 유 당선인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대한탁구협회장 등을 역임했다. 선수, 지도자, 행정가 등으로 35년 동안 다양하면서도 국제적인 경험까지 쌓은 경력이 어필한 것으로 분석된다. 또 유 당선인은 거의 모든 종목을 직접 경험하면서 체육계 전반으로부터 폭넓은 공감대를 이끌어냈다. 동시에 지도자들이 처한 어려운 현실을 현장에서 확인하면서 대안책을 제시한 것도 득표에 힘을 보탰다. 유 당선인은 기존 지지층으로 분류된 선수, 지도자뿐만 아니라 지방협회장, 경기단체장 등 체육계 단체장으로부터도 적잖은 지지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유 당선인 측 관계자는 “체육계 전반적으로 새로운 변화와 혁신을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 고른 표심으로 연결됐다”고 해석했다.
유 당선인은 당선 후 “기분이 좋다기보다는 많은 책임감을 느낀다”며 “동고동락한 캠프 사람들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안을 하나씩 풀어가야 하는데 혼자는 불가능하다”며 “여러분들이 체육인으로서 자긍심을 잊지 말고 함께 힘을 모아달라. 부족하지만 역할을 다 해보겠다”고 다짐했다. 유 당선인은 △지방체육회 및 종목단체 자립성 확보 △선수·지도자 연결 시스템 도입 △학교체육 활성화 등 6가지 공약을 제시한 바 있다.
이기흥 후보는 벼랑 끝에서 던진 출마에서 낙마하면서 3선에 실패했다. 이 후보는 여러 비위 혐의 등으로 수사 대상에 오른 가운데서도 스포츠공정위원회로부터 ‘3선’ 도전 승인을 받아 출마했다. 이 후보는 선거 기간 중 정부를 향해 “문화체육관광부, 검찰, 경찰, 국회, 국조실, 감사원 등 거의 모든 국가 권력기관이 체육회 조사에 나섰다”며 “나를 악마화하고 있다”고 거세게 정부를 비판했다. 이 후보는 문체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체육회장 집행 정지 신청 항고심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최근 2심에서도 기각 결정을 받았다. 체육회장에 당선된 뒤 반전을 노리겠다는 전략은 수포로 돌아갔다.
한편, 강태선 후보 215표, 강신욱 후보 120표, 오주영 후보 59표, 김용주 후보 15표에 각각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