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한 주택 우편함이 분홍색 발화 지연제로 뒤덮여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로스앤젤레스(LA)에서 산불 대응을 위해 뿌린 발화 지연제가 곳곳에 쌓이면서 낯선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다.
13일(현지시간) CBS방송과 BBC는대형 화재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LA 카운티 일대는 선명한 분홍빛 가루로 뒤덮여 있다고 보도했다.
가루의 정체는 미국 방화장비업체 페리미터솔루션에서 판매하는 발화 지연제 ‘포스첵’이다. 포스첵은 미국에서 1963년부터 화재 진압에 사용됐으며 2022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된 발화 지연제로 꼽힐 정도로 소방 부문에서는 널리 알려져 있다.

산불이 발생한 캘리포니아주 LA 지역에서 항공기가 발화 지연제를 뿌리고 있다. 엑스 갈무리
소방대원들은 주로 발화 지연제를 초목과 땅에 뿌려 산불 확산을 막는다. 발화 지연제는 식물이나 뒤덮어 온도를 낮추고 산소 접촉을 차단하며, 연료가 연소되는 속도를 크게 낮추는 효과가 있다. 미 산림청은 지난주 화재가 발생한 뒤 LA 지역에 비행기 비행기와 헬기를 20여대를 투입해 수천 갤런의 발화 지연제를 살포했다.
가루가 분홍빛인 이유는 색소가 들어있기 때문이다. 포스첵은 수분 80%와 비료형 소금 14%, 색소 및 부식 억제제 6%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때 일부러 눈에 띄는 색상을 사용하는데, 이는 소방관이나 비행기 조종사들이 맨눈으로도 발화 지연제가 골고루 뿌려지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가루는 며칠간 햇빛을 받으면 흙빛으로 변한다.

지난 11일(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에서 발생한 팰리세이즈 산불로 맨더빌 캐니언의 한 주택가 뒷마당에 발화 지연제가 뿌려져 있다. AP연합뉴스
발화 지연제 사용이 논란거리가 된 적도 있다. 미 산림청 전현직 직원들은 2022년 화학 물질을 비행기로 살포하는 것이 물고기 집단 폐사를 일으킬 우려가 있어 수자원법에 어긋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듬해 1심 법원은 이런 주장을 받아들이면서 미국 환경보호청(EPA)의 허가를 받고 사용돼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후 산림청은 발화 지연제를 수로나 멸종 위기종 서식지 등에 살포하는 것을 금지했다. 다만 ‘사람의 생명이나 공공의 안전이 위협받는 경우’는 예외로 정했다.
안전성 우려가 완전히 해소된 건 아니다. 뉴욕타임스는 발화 지연제에 중금속 등 화학 물질이 포함돼 있어 “인간의 건강과 환경에 해로운 독성 물질”로 분류 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지난해 11월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그러면서 “발화 지연제가 화재를 진압하는 가장 효과적인 도구이지만 유해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은 딜레마”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