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시20분부터 돌입…지지자들 몸싸움·고성
3시 기동대 버스 수십여 대 배치에 ‘긴장감’
인근 통행 통제 시작에 일부 시민과 충돌도

윤석열 대통령 탄핵·체포 찬반 시민들이 15일 새벽 대통령 관저 인근인 서울 용산구 한남초등학교 앞에 모여있다. 배시은 기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재집행이 예상되는 15일 새벽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서 경찰의 출입통제가 본격 시작됐다.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고 외치는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연좌농성을 벌이다가 끌어내졌고, 탄핵·체포에 찬성하는 시민들도 관저 앞 인파 속에 뒤엉켜 긴장감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경찰은 영장 집행을 위해 관저 입구 진입로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관저 앞은 탄핵·체포에 각각 찬성·반대하는 시민들이 제각각 한꺼번에 몰리면서 밤새 아수라장이 됐다.
새벽 2시50분 현재 관저 앞 일신홀 쪽에는 태극기를 든 고령의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대거 운집해 다른 시민들에게 “빨갱이들이냐” “상대할 가치도 없는 것들”이라고 외쳤다. 반대 편에서는 정의당과 한국노총 서울지역대학생 인권연대 깃발을 든 시민들이 몰려있었다. ‘체포텐트’ 팻말이 붙은 텐트 9개가 설치된 곳에선 은박담요를 덮은 시민들이 쪼그려 앉아 집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사람들이 몰리자 충돌도 벌어졌다. 윤 대통령 지지자 약 50여명은 전날 밤 11시쯤부터 관저 정문 앞에 앉거나 누워 농성을 벌였다. 이들은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며 오전 5시쯤으로 예상되는 체포영장 집행을 몸으로 막겠다고 주장했다. 농성이 계속되자 경찰은 관저 앞 통행을 차단한 뒤 이들을 에워싸고 0시20분쯤부터 기동대를 동원해 강제해산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경찰과 지지자들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지고 고성과 욕설이 난무했다.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체포영장 재집행이 임박해진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루터교회 옆 집회 현장에 모여있다. 오동욱 기자
앞서 신자유연대 등이 인근에서 주최한 ‘대통령 수호 집회’에는 경찰 비공식 추산 5000여명이 모였고, 주최 측은 “결전의 날이 왔다”며 체포 저지를 독려했다. 일부 참가자는 “집에 가면 안 된다”, “오늘 못 지키면 끝장”이라고 호소했다. 연단에 오른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는 “국민 저항권을 토대로 공수처의 불법행위를 막아내야 한다”고 외쳤다.
새벽 3시쯤 넘어 질서유지와 집행에 대비하려는 듯한 경찰 기동대 버스 수십여대가 관저 앞으로 줄줄이 들어오자 긴장감은 더 커졌다. 윤 대통령 지지 시민들 일부는 경찰이 막아선 질서유지선을 몸으로 뚫으려고 미는 모습도 보였다. 경찰들은 관저 인근 통행을 전면 통제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일부 시민들은 “왜 못 지나가게 하냐”고 따지면서 경찰과 충돌을 빚었다.
박신근씨(69)는 “윤 대통령이 체포되면 서글플 거 같다”며 “윤석열이 내란죄도 진 게 아니다. 국가 통치권자로서 계엄은 내릴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체포하러) 못 들어가게 막는 방법밖에 없다”고 했다. 임수현씨(24)는 “저번에 다섯시간 반 만에 (체포영장 집행에서) 철수한다고 했을 때 체포를 못 하기도 하는구나 충격을 받았다”며 “그때도 2박3일 간 시민들이 체포를 촉구했음에도 집행하지 못해 분노가 컸는데 이번에도 안 하면 더 투쟁을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 체포 촉구를 외치는 시민들이 15일 오전 대통령 관저 인근인 서울 용산구 일신홀 앞 농성장을 차리고 앉아있다. 배시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