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43일 만에 체포된 15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서 탄핵 반대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정효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체포된 15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 모여있던 윤 대통령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울분에 찬 탄식이 나왔다. 이들은 “나라가 망했다” “빨갱이들한테 다 넘어간다”고 외치며 눈물을 흘렸다.
전날 밤부터 이날 새벽까지 관저 주변을 지키고 있던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체포영장 집행이 임박해지자 “평화집회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집단과 “관저 앞에 드러누웠어야 했다”고 주장하는 집단으로 나뉘어 충돌했다. 신자유연대가 주최한 집회 연단에 오른 남성이 “이제 과천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로 가자. 대통령이 조사받는 48시간 동안 같이 하자”고 외쳤다. 그러자 한 참가자는 “우리가 공수처로 가버리면 안 된다. 끝까지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고 반박했다.
전날 밤 10시부터 관저 앞에 있었다는 40대 한모씨는 “우리가 사람이 몇인데 집회 주최 측이 관저 앞으로 못 가게 (루터교회 앞에) 가둬 뒀다. 주최 측을 믿어선 안 된다”며 “밤새워 고생했는데 대체 우리가 뭘 위해 고생한 거냐”고 말했다.

15일 오전 11시7분쯤 탄핵 반대 집회 참석자 일부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는 경기 과천으로 향하고 있고, 또 다른 참석자들은 잔치국수를 먹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오동욱 기자

윤석열 대통령 체포 저지 집회에 참가한 한 남성이 15일 오전 도로 통제 중인 경찰을 향해 욕설하고 있다. 오동욱 기자
아침 7시쯤부터 체포영장 집행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분위기는 더 격앙됐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곳곳에서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눈물을 흘렸다. 서울 강남구에서 온 이순옥씨(69)는 “대통령이 열심히 일하려고 하는데 온 나라가 공산주의가 돼서 체포하라고 난리”라며 “우리는 들어갈 수도 없고 같이 협조할 수도 없다. 억울하다”고 말했다. 성동구에서 온 하은미씨(57)는 “가슴이 너무 아파서 눈물이 나온다”며 “이재명과 민주당을 바로 잡지 않으면 자손들이 카카오톡 검열을 받고 나라가 무너질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체포된 직후 대국민 담화 동영상이 공개되자 윤 대통령을 옹호하는 목청이 높아졌다. 충남 천안시에서 온 이모씨(66)는 “대통령께서 유혈 사태가 안 일어나게 하시려고 비논리적인 법 집행에도 응해주셨다”며 “불법을 지향하는 사법기관이 어떻게 정부를 상대로 이럴 수 있느냐”고 말했다.
관저 앞으로 향하려던 일부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경찰 통제에 가로막히자 격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한 남성은 “경찰이 다 빨갱이”라며 화를 냈다. ‘대한민국’이라고 적힌 빨간색 모자를 쓴 한 노년 여성은 카메라를 든 사진기자들에게 “초상집 와서 사진 찍느냐”며 화를 냈다.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한 지 43일 만에 공수처에 체포된 15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 앞에서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경찰에 항의하고 있다. 정효진 기자
경찰과 용산구청은 관저 앞 질서유지에 집중했다. 관저 앞 북한남삼거리 육교는 루터교회 쪽에서 한강진역 방향으로만 이동할 수 있도록 통제됐다. 대신 경찰은 오전 11시30분까지 한남대로에 임시 횡단보도를 운영했다.
윤 대통령이 공수처로 호송된 뒤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오후 2시에 공수처 앞에서 다시 모이자”고 외치며 자리를 떴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는 한남초등학교 인근에 모인 지지자들에게 커피를 나눠주며 “한 잔 드시고 과천으로 가시라”라고 권했다.
정부과천청사로 자리를 옮긴 이들은 집회를 이어갔다. 인파가 몰리면서 공수처 앞 경찰 경비가 강화됐고, 집회 참가자들은 “공수처가 불법이다” “대통령 가둔 것들이 무슨 법을 얘기하냐”고 항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