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탓 계엄, 반민주·반민족 패거리”···또 남탓 돌리기

지난해 10월1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건군 76주년 국군의날 기념식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김용현 국방부 장관과 사열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윤석열 대통령 측 변호인단이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윤 대통령 탄핵심판 관련 추가답변서에서 “12·3 비상계엄 포고령 1호는 문구를 잘못 베낀 것으로, 부주의로 간과했다”고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비상계엄 선포 이유가 “반민주·반민족 패거리인 야당 탓”이라는 취지로도 주장했다.
15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윤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탄핵소추 사유의 요지, 피청구인(윤 대통령)의 입장, 사건 경위, 탄핵청구의 부적법성과 부당성, 청구인 주장의 부당성, 맺음말 등 7가지 목록으로 나눈 총 62쪽 분량의 답변서를 추가 제출했다. 내용은 대부분 계엄 선포 경위와 탄핵청구의 부당성을 설명하는 것으로 채워졌다.
윤 대통령 측은 ‘탄핵청구 부당성’을 설명하면서 잘못된 문구에 기초해 포고령 1호를 선포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헌문란의 목적이 있었던 건 아니라는 취지로 주장했다. 윤 대통령 측은 “포고령 1호는 김용현 국방부 장관이 종전 대통령에게 ‘국회해산권이 있을 당시의 예문’을 그대로 베껴 왔다”며 “문구의 잘못을 (윤 대통령이) 부주의로 간과했다. 포고령 표현이 미숙했다”고 밝혔다. 다만 “계엄이 유지되는 동안 반국가적 활동을 못하게 막으려 했던 것이고, 국회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정상적인 출입 활동을 막으려는 내용은 없었고 실제 막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계엄 선포 당시 포고령 1호는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탄핵심판 청구인인 국회 측은 이 같은 내용이 위헌·위법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윤 대통령 측은 야당을 “반민주 반민족 패거리”라고 칭하면서 야당의 독주 때문에 계엄을 선포했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윤 대통령 측은 “허구한 날 종북 굴종, 반미 혐일을 외치는 민주당은 도대체 어느 나라 정당이냐”며 “그들이 중국의 재력을 앞세워 이 땅을 중국과 북한의 식민지로 만들려고 하는데 이에 동조할 한국인은 단 한 명도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당과 민주노총, 종북 사회단체, 소위 ‘개딸’이라는 이재명 용병조직 집단과 사회 곳곳에서 암약하고 있는 종북 좌파 세력 등의 과거 행태를 봤을 때 대규모 군중을 동원해 반정부 투쟁을 일으킬 것임은 명약관화 했다”며 “이런 사실에 비춰 계엄 선포로 병력을 동원하지 않으면 공공의 안녕질서가 도저히 유지되지 않을 것이었음을 부정할 수 없다”고 했다.
계엄 선포와 병력 투입 행위의 근거가 헌법이 규정한 요건을 갖추지 못해 위헌이라는 지적에 대해선 “병력 동원이 필요하면 할 수 있고 대통령이 판단할 사항”이라는 취지로 반박했다. 부정선거 의혹을 해소하려고 선관위를 점검했다면서 “전산시스템의 비밀번호 ‘12345’는 중국 중앙 정부와 지방정부의 연결 번호로서 중국 등 외부에서 풀고 들어오라고 만들어 놓은 듯이 기이한 일치성을 보였다”고도 주장했다.
윤 대통령 측은 ‘위헌정당 해산제도’가 있지만 이를 행사할 경우 국회가 제재할 수 있어서 계엄에 나서게 됐다는 취지로도 주장했다. 또 계엄 선포 당시 국회에 투입한 병력이 280여명으로 규모가 작고, 선포로부터 2시간 뒤에 국회가 계엄을 해제했기 때문에 국헌문란 목적의 폭동이나 내란죄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일부 군 병력이 국회 유리창을 깨고 국회 내로 진입한 것 등에 대해선 “오로지 흥분한 군중들에 의해 발생할 안전사고나 유혈상황을 막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8월부터 계엄을 모의했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