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남 의령군 가례면 괴진리 서암저수지에서 우곡마을 최고령 이선희씨가 가례천댐 건설에 대한 우려를 설명하고 있다. 김정훈 기자
환경부가 댐 건설 지역에 지급하는 지원금을 2배가량 확대해 지역별로 최대 800억원 가까운 지원금을 책정하기로 했다. 기후대응에 역행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댐 건설을 강행하기 위해 정부가 수천억원의 선심성 예산을 쓰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환경부는 15일 댐 주변지역 정비사업 확대를 위한 ‘댐건설·관리 및 주변지역지원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오는 16일부터 다음달 26일까지 40일간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댐 주변 정비사업이란 주변 지역 경제 진흥과 생활환경 개선을 위해 생산기반조성사업(농지 조성·개량, 시장, 공용 창고 등), 복지문화시설사업(보건진료소, 체육시설, 공원 등), 공공시설사업(하천정비, 도로, 상·하수도 등) 등을 시행하는 내용이다. 댐 건설 예정지 주변 주민들의 반대를 무마하기 위한 선심성 예산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8월 12일 오후 강원도청 앞 광장에서 열린 양구 방산면 수입천 댐 건설 반대 궐기대회에서 서흥원 양구군수가 “댐 건설 계획을 철회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최승현 기자
기존에는 정비사업 기초금액(300억~400억원)에 추가할 수 있는 금액이 200억원이었는데 개정안에는 앞으로 700억원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환경부는 정비사업비가 2001년 이후 인상되지 않았기에 인상필요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환경부가 추산한 내용을 보면 대체로 댐 1곳당 지원금은 600억~800억원에 달한다. 전체 댐 후보지가 14곳인 것을 감안하면 수천억원가량의 선심성 예산을 투입해 댐 건설을 추진하는 것이다.
특히 환경부는 댐 건설에 주민 반대가 극심한 강원 양구 수입천댐, 충남 청양 지천댐 등의 지원금액도 명시해 발표했다. 강원 양구 수입천댐은 약 790억원, 충북 청양 지천댐은 약 770억원 등이다. 양구와 청양에도 앞으로 댐 건설 추진을 지속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환경부는 규모가 작아 정비사업 대상이 아니었던 댐들도 수백억원대의 예산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개정안에 포함시켰다.

환경부의 댐 건설 추진으로 수몰 위기에 처한 강원 양구군 수입천 일대(위쪽 사진)와 수입천의 민통선 내 절경지 두타연.
환경단체들은 환경부의 시행령 개정이 댐 후보지들에서 극심한 갈등을 일으킨 것도 모자라 막대한 예산이 낭비되는 결과까지 낳을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은 이날 논평을 내고 “개정안은 신규댐 건설을 위한 회유책이자 주민, 지자체를 기만하는 행위”라며 “지난 연말 국회 예산심사에서는 지역 동의없이 댐 건설을 하지 않겠다는 조건 아래 기본구상 및 타당성 조사 예산이 통과됐지만 환경부는 14개 댐 모두를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고 비판했다. <전남 삭제>
환경운동연합은 “환경부는 지자체의 재정을 낭비하고, 주민을 고향에서 떠나게 하며, 지역 생태계를 파괴하는 일을 벌이고 있다”면서 “앞으로 환경부가 여러 회유책을 쓰겠지만 지역을 지키려는 주민의 의지를 돈으로 매수하려는 시도는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1월 중순 현재 댐 예정지 14곳 중 10곳에는 주민들을 중심으로 한 댐건설반대대책위가 구성돼 있다. 지자체장 중에도 반대 의사를 표명한 이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