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망 빌려쓴 비용 개념 ‘도매대가’
1MB당 0.62원으로 최대 52% 인하
제4이동통신사, 도전자 있으면 추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15일 알뜰폰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올해 상반기 알뜰폰에서 1만원대 20GB(기가바이트) 5G 요금제가 나올 전망이다. 지난해 스테이지엑스를 제4이동통신사 후보로 선정했다가 자격을 취소하며 정책 실패 논란을 자초한 정부는 올해 통신정책 최우선 과제로 알뜰폰 육성에 나서기로 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5일 도매제공의무사업자인 SK텔레콤의 데이터 도매대가를 1MB(메가바이트)당 1.29원에서 0.62원으로 최대 52% 인하한다고 밝혔다. 종량제 데이터 도매대가는 최근 10년간 가장 큰 폭인 36%를 깎아주고, 이에 더해 1년에 5만TB(테라바이트) 이상 대량 선구매하면 도매대가의 25%를 추가 할인받게 한다는 것이다. 데이터 도매대가는 통신사(MNO)의 통신 인프라를 빌려 사업하는 알뜰폰 회사(MVNO)가 통신사에 내는 사용료 개념이다.
이동통신 이용자의 평균 데이터 사용량은 20~30GB이다. 현행 20GB 요금제는 통신 3사 기준 4만원대에 형성돼 있으며, 통신 3사 온라인 전용 요금제는 3만6000원대이다. 알뜰폰은 2만원 초중반대다. 이번 알뜰폰 도매대가 인하 비율을 고려하면 통신사 대비 ‘반값 요금제’까지도 내놓을 수 있는 셈이다.
2010년 도입된 알뜰폰은 지난해 9월 기준 가입자가 948만명에 달해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의 16.6%를 차지할 정도로 양적 성장을 이뤘다. 하지만 가격 외에 다른 경쟁력이 없는 데다 이동통신사의 5개 자회사(444만명)가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어 공정한 경쟁이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는 알뜰폰 경쟁력 강화 방안으로 꼽혀왔던 ‘풀MVNO’ 출현을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풀MVNO는 교환기, 고객관리 시스템 등 자체 설비를 갖춘 알뜰폰 사업자를 뜻한다. 현재 알뜰폰 사업자는 자체 전산설비가 없어 가입자의 데이터 사용량을 관리하지 못하고, 요금제도 직접 개발할 수 없어 통신사 정책에 종속된 상태다.
정부는 풀MVNO 추진 사업자를 관련 제도 개선과 정책 금융으로 지원하고, 이들이 모든 통신사와 안정적으로 설비를 연동할 수 있도록 현재 SK텔레콤만 지정된 도매제공의무사업자를 통신 3사 전체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정부는 제4이동통신사 유치를 사실상 접었다. 지난 7월 스테이지엑스에 줬던 제4이동통신 사업자 후보 자격 철회 뒤 연구반을 꾸려 논의한 결과 “지금까지는 정부가 주파수할당 대역과 사업모델을 결정해 정책을 추진해 왔으나, 앞으로는 시장의 참여 기회를 열어두고 도전하는 사업자가 있을 때 추진”한다는 것이다.
정부에선 경쟁력을 갖춘 풀MVNO가 제4이동통신 사업자로 성장하는 경우도 기대하고 있지만, 포화 상태인 국내 통신 시장을 고려하면 신규 사업자 등장은 당분간 쉽지 않을 전망이다. 류제명 과기정통부 네트워크정책실장은 “향후 자율주행차, 위성통신 등 기술 발전에 따라 새로운 통신서비스가 등장하면 참여 시도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정책은 알뜰폰 사업자 대형화를 통한 경쟁력 강화와도 닿아있다. 하지만 알뜰폰협회 회장사인 세종텔레콤이 최근 알뜰폰 사업 철수를 선언했을 정도로 시장 상황은 좋지 못하다. 안정상 중앙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겸임교수는 “그간 정부의 통신비 인하 정책에 따라 통신사들이 내놓은 저가 요금제 때문에 알뜰폰이 피해를 보는 식으로 정책 설계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다”면서 “알뜰폰 사업자의 경쟁력을 약화하는 전파사용료 문제 등 업계의 부담을 더는 방안과 더불어 알뜰폰 결합상품 활성화와 같이 실제 소비자들에게 와닿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