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천병일씨, 생전 고향 영암 자주 찾아
형제들 “고향 좋아했던 형 기억해 줬으면”

15일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쟁자인 고 천병일씨의 형제들이 고인 명의로 전남 영암군에 500만원을 기부했다. 영암군 제공.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가 고향에 ‘마지막 기부’를 했다. 평소 고향에 대한 애착이 남달랐던 고인을 위해 형제들은 기부금을 마련해 고인 이름으로 전남 영암군에 전달했다.
영암군은 15일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 천병일씨(50)의 형과 동생이 고인 이름으로 500만원을 고향사랑기부금으로 기탁했다”고 밝혔다.
고인은 지난달 29일 태국에서 출발해 무안국제공항에 착륙하던 도중 방위각시설과 충돌하며 폭발한 제주항공 참사 희생자 179명 중 한 명이다.
천씨 삼 형제는 영암읍에서 방앗간을 운영하는 부모님 슬하에서 자랐다고 한다. 영암에서 고등학교까지 졸업한 뒤 고향을 떠나 각자 가정을 꾸리고 광주광역시와 전남 무안 등에서 살아왔다.
삼 형제 중 둘째인 고인은 유독 고향에 대한 사랑이 남달랐다고 한다. 고인은 수시로 영암을 찾아 부모님의 방앗간 일을 돕고 친구들과 우정도 다져왔다.
뜻하지 않은 참사에 형제를 잃은 가족들은 평소 고향 사람이 남달랐던 고인을 기억하기 위해 기부를 선택했다. 형과 동생은 장례를 마친 뒤 500만원을 따로 마련해 고인 이름으로 영암군에 기부했다.
개인이 고향사랑 기부를 통해 500만원의 고액을 기부한 사례는 지난해 영암군에 기부한 1만5967명 중 15명에 불과할 정도로 흔치 않다. 형제는 기부금액의 10%인 답례품도 사양하고 다시 기부했다.
고인의 동생 병현씨는 “작은 형을 사람들이 기억하게 하는 방법이 뭘까 큰 형과 상의했다. 남은 형제들이 따로 기금을 마련해 고향에 기부하는 방식이 좋겠다고 의견을 모았다”면서 “하늘에 있는 작은 형도 이런 결정을 기뻐하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