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정지윤 선임기자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감사원을 상대로 낸 권한쟁의 심판에서 “12·3 비상계엄 사태가 윤석열 대통령의 부정선거 확신론을 계기로 발생했다”고 비판했다. 선관위는 대통령 직속기관인 감사원이 헌법상 독립 기구인 선관위를 감사할 수 없다는 점을 헌재가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헌재는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재 대심판정에서 선관위가 감사원을 상대로 낸 권한쟁의심판 사건의 마지막 변론을 진행했다.
이번 사건은 선관위 간부들의 자녀 채용 비리 의혹이 알려지면서 시작됐다. 2023년 5월 관련 의혹이 언론에 보도되자 감사원은 선관위 감사에 착수하겠다고 발표했다. 선관위는 행정기관에 한해 감사 권한을 가진 감사원은 헌법상 독립 기관인 선관위에 대한 감사를 진행할 수 없다며 거부했다. 이후 선관위는 ‘감사원의 감사 범위를 명확히 하라’며 헌재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했다.
선관위 측은 감사원 직무감찰의 근본적 계기는 윤석열 정권의 ‘부정선거 음모론’이라고 주장했다. 선관위 측 법률대리인은 “이번 사건의 원인이 된 감사원의 직무감찰은 부정선거 음모론을 잘못 맹신한 윤 대통령과 관련됐다는 것이 비상계엄 사태로 명확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의 (선관위에 대한) 전방위적인 압박은 정권 초기부터 시작됐고 가장 먼저 움직인 것은 감사원”이라며 “부정선거의 단서를 잡을 수 없었던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으로 계엄군을 동원해 선관위 장악을 시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관위의 정치적 중립성을 본질적으로 침해한다는 점을 현 정권이 스스로 입증해줬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감사원 측은 윤 대통령의 지시로 선관위 감찰이 진행된 게 아니라며 “감사원은 윤 대통령의 부역자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감사원 측은 계엄 당일 계엄군이 선관위에 갔을 때 별도의 방호원 없이 당직자 5명만 있었던 점을 지적하며 “선관위가 기관 운영을 얼마나 방만하게 하고 있는지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선고일은 추후 정해질 예정이다.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늦지 않은 시기에 선고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