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자 다수는 광주·전남인데 무안이 특별재난지역···‘사회재난관리법’ 필요한 이유

주영재 기자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발생 12일째인 지난 9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사고 현장 인근에 놓인 국화꽃에 눈이 쌓여있다. 정효진 기자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발생 12일째인 지난 9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사고 현장 인근에 놓인 국화꽃에 눈이 쌓여있다. 정효진 기자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이후 정부는 전남 무안군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는데, 희생자 다수는 광주·전남 지역 주민이었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재난안전법)상 특별재난지역은 피해가 발생한 지역만 선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피해자가 한 지역에 국한되지 않는 사회재난의 특수성이 특별재난지역 선포 규정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15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사회재난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선제적인 대비태세를 강화하기 위해 ‘사회재난 관리법’(가칭) 제정을 추진한다. 재난안전법이 미처 담지 못한 사회재난과 관련한 예방·대응·복구 등 실행에 관한 내용을 담은 법률이다.

재난안전법은 재난 및 안전관리에 관한 기본법으로, 자연재난과 사회재난을 망라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수행해야 할 재난 관련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2022년 이태원 참사와 지난해 6월 아리셀 참사를 거치면서 두 재난 유형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건 위험하다는 의견이 나왔지만, 재난안전법으로도 충분하다는 의견도 만만찮았다.

실제 두 재난은 원인과 양상, 피해 대상에 차이가 있다. 자연재난은 기상특보와 연계돼, 태풍이나 집중호우, 폭설이 예상될 경우 대비할 수 있다. 논밭과 주택·공장이 침수되거나 하천 둑과 교량이 무너지는 등 상대적으로 재산피해가 크다. 재해가 발생한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피해가 크다.

사회재난은 화재와 붕괴, 폭발, 항공·해상 등의 교통사고, 화생방사고, 환경오염 사고 등으로 일정 규모 이상의 피해가 발생할 경우를 말한다. 대부분 인간 활동과 관련되어 발생하고, 예측이 어렵다. 자연재난보다 인명 피해가 크고, 인명피해가 지역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부처 내에서 ‘갑론을박’이 있었지만 이번 제주항공 참사로 사회재난관리법이 필요하다는 견해에 힘이 실렸다. 하나의 예로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 일부가 고인의 지인에게 부고를 알리고 장례절차를 원활히 진행하려는 목적에서 희생자 휴대전화에 저장된 지인의 연락처를 요청했는데, 관련 법령이 없어서 어려움이 있었다.

제주항공 참사로 무안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면서 중앙재해대책본부 의결로 다른 지역 주민에게도 같은 혜택을 주기로 했다. 비슷한 예가 2022년 이태원 참사 때도 있었다. 당시 서울시와 서울 용산구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지만 피해자 거주지는 전국에 산재했다. 중대본 의결로 피해 지역 주민이 아니어도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했지만 법상 근거가 있다면 이런 절차 없이 바로 지원할 수 있다.

행안부 관계자는 “자연현상을 우리가 막을 수 없지만 기상특보를 통해 미리 대비할 수 있다. 반면 사회재난의 원인인 화재·붕괴·폭발은 예측은 어렵지만 우리가 잘 관리하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고, 아예 발생하지 않도록 할 수 있다”면서 “자연재난과 사회재난은 시작 단계부터 다르니 달리 대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자연재난은 시행법인 ‘자연재해대책법’이 별도로 있는데 사회재난은 감염병예방법, 가축전염병예방법, 방사능방재법, 산사태방지법 등 개별 법령으로 산재한 측면이 있다. 자연재해대책법처럼 사회재난관리법을 별도로 만들 필요가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사회재난 관리법이 만들어지면 사회재난과 관련한 예방과 대응·복구와 관련한 내용을 담길 것으로 보인다. 책임기관장(국가기관·지자체·공공기관)에게 사전대비태세 확립·유지의무 부여, 유형별 재난대책기간 운영, 행안부장관의 재난 유형별 정책협의체 구성·운영 등이 포함된다.

행안부는 올해 2월 법 제정을 위한 정책 연구를 시작하고,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올해 말까지 법안 초안을 마련해 관계기관·전문가 의견 수렴을 거쳐 2026년 초 입법 절차를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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