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3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의 체포·수색 영장 집행에 나선 공수처·경찰이 15일 경호처 저항 없이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 진입하고 있다. 연합뉴스
12·3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의 체포·수색 영장 집행이 15일 6시간 만에 순조롭게 끝났다. 그렇게 될 때까지는 대통령경호처 대다수 직원들이 무력을 써서라도 영장 집행을 막으라는 지휘부 지시를 따르지 않고, ‘윤석열의 사병’이길 거부한 영향도 컸다. 정의로운 항명이 유혈 충돌과 국격 추락을 막고 법치 질서를 지켜낸 것이다.
대통령경호처는 이날 영장 집행을 위해 한남동 관저로 진입하는 공수처와 경찰에 사실상 길을 터줬다. 버스로 1·2·3차 저지선을 쳤지만, 수사관들은 사다리를 타고 넘거나 우회하는 방식으로 차벽을 통과했다. 1차 저지선에 설치된 철조망은 절단했다. 그동안 경호처 요원들은 인간띠까지 둘렀던 1차 집행 때와 달리 아무런 제지도 하지 않았다. 대다수 경호관은 관저 내 대기동에 머무르거나 휴가를 썼다고 한다. 김성훈 경호처 차장·이광우 경호본보장 등 윤석열 맹종파 간부들의 영장 집행 저지 지시를 따르지 않은 것이다. 윤석열은 대통령을 가장 가까이서 지키는 경호관들에게서조차 고립된 셈이다.
경호처 직원들의 이런 행동엔 영장 집행 방해 시 민형사상 처벌이나 연금 감액 등 불이익이 따를 수 있다는 현실적 우려가 작용했을 수 있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영장 집행을 막으라는 불법적 명령을 따르는 건 국가 공무원의 직업윤리에 어긋나고 정의롭지도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대다수 경호관들의 항명은 해병대 채 상병 순직사건 수사에서 상관의 부당한 명령을 거부한 박정훈 대령의 자세와도 통한다. 무언가를 하기보다는 하지 않기 위해 더 큰 도덕적 결단과 용기가 필요할 때가 있다. 이날 경호관들의 공의로운 행동이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