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전국이 조마조마
우려한 무력충돌 없어 ‘안도’
윤석열 대통령이 체포된 15일 전 국민의 시선이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로 쏠렸다. 이른 새벽 눈뜬 시민들은 침대와 거실, 출근길 대중교통과 학교, 일터에서 인터넷과 TV로 생중계되는 관저 상황을 지켜봤다.
시민들은 새벽부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특수단)의 체포영장 집행 과정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정운씨(34)는 오전 3시30분에 기상 알람을 맞춰두고 잠자리에 들었지만 알람이 울리기 10분 전 눈이 뜨여 TV를 틀었다고 했다.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한 정씨는 “‘불법 영장’이라는 건 없다”면서 “윤석열 ‘버티기’에 결집한 극우 집회 참가자들이 흥분해 다치는 사람이 생길까봐 걱정됐다”고 말했다. 경기도에 사는 30대 A씨도 체포영장 집행을 기다리며 밤을 새웠다. 그는 “체포영장이 집행된다는 것에 대한 안도감을 느꼈다”고 했다.
관저 앞에서 체포영장 집행을 막아선 국민의힘 의원 등을 향한 비판도 나왔다. 20대 제모씨는 “국민이 선출한 국회의원들이 국민을 불안에 떨게 한 내란 수괴를 지지한다면 의원 자격이 없는 것”이라며 “권력을 잡으려 헌법 체계를 파괴하는 것으로, 국민으로서도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역 대합실을 찾은 시민들의 관심도 온통 ‘윤 대통령 체포’에 쏠렸다. 사람들은 대합실 안 TV 앞에서 떠날 줄을 몰랐다. 한 남성은 오전 9시쯤 TV를 보며 “30분 안에 잡아내야 한다”고 읊조리기도 했다. 김모씨(69)는 “오늘은 공수처가 작정하고 온 것 같다”며 “검찰총장까지 한 사람이 아무나 마구잡이로 구속하더니 정작 자기는 체포도 안 당하겠다는 게 어느 세상의 일이냐”라고 말했다.
시민들은 체포영장 집행 과정에서 우려됐던 무력 충돌이 발생하지 않아 가슴을 쓸어내렸다. 허모씨(38)는 “총을 들었다느니, 철조망을 쳤다느니 하는 흉흉한 말들이 워낙 많아 걱정했는데 다행”이라며 “철저히 준비한 경찰에, 국민을 택한 경호처에도 박수를 보내고 싶다”고 했다. 관저 인근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정모씨(29)도 “관저 안에서 유혈 사태가 있었다면 이곳 상황이 더 심각해졌을 것”이라며 “아무도 다치지 않고 끝난 게 너무 다행”이라고 말했다.
시민들은 국민 통합과 사회 안정을 촉구했다. 관저 인근 직장에 다니는 박모씨(54)는 “어떤 정파에 이익이 되느냐를 따지기보단 국민 삶이 하루라도 빨리 제자리를 찾게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진모씨(39)는 “정치권이 혼란을 부추기지 말고 민생을 나아지게 하는 데 뜻을 모아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