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뱅 멤버들에게 상처 주려던 게 아니었다”···‘오겜 2’ 최승현, 11년 만의 인터뷰

최민지 기자

“‘타노스’ 연기로 부끄러운 과거와 직면”

2017년 마약 투약 논란 이후 활동을 중단했던 빅뱅 출신 최승현은 최근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시즌 2에서 ‘타노스’를 연기하며 복귀했다. 넷플릭스 제공

2017년 마약 투약 논란 이후 활동을 중단했던 빅뱅 출신 최승현은 최근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시즌 2에서 ‘타노스’를 연기하며 복귀했다. 넷플릭스 제공

“20대 때 찬란하고 영광스러운 순간이 많았습니다. 과분한 사랑도 받았습니다. 그러다 제 과오로 추락과 몰락을 겪었습니다. 가본 적 없는 길이라 어둠 속에 있었던 게 사실입니다. 정신적으로 피폐했고 이성적 판단을 내리기 힘들었어요. 극심한 자기혐오에도 시달렸습니다. 그러다 보니 판단력 부족으로 여러 실수를 저지른 것 같아요. 아직도 크게 후회하고 반성하고 있습니다.”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최승현(38)의 목소리가 떨렸다. 검은색 정장을 입고 선 그의 얼굴엔 긴장이 역력했다. 그럴 만했다. 최승현의 마지막 언론 인터뷰는 2014년. 그가 주연한 영화 <타짜: 신의 손> 개봉 때였다.

최승현이 11년 만에 언론 앞에 섰다. 2017년 마약 투약 혐의로 유죄 선고를 받고 활동을 중단한 이후 긴 시간 두문불출해온 그다. 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시즌 2에 출연했지만 공식 행사에서 그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최승현은 이날 인터뷰에 나선 이유를 조심스럽게 설명했다. “그간의 일들에 대해 사죄드리고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 소통 창구가 없어 오해도 많이 산 것 같았고요. 신중하게 생각하고 용기를 냈습니다.”

타노스는 몰락한 래퍼이자 약물중독자다. 시즌 2의 주요 빌런 중 하나다.  넷플릭스 제공

타노스는 몰락한 래퍼이자 약물중독자다. 시즌 2의 주요 빌런 중 하나다. 넷플릭스 제공

최승현은 <오징어 게임> 시즌 2의 게임 참가자 ‘타노스’를 연기했다. 몰락한 래퍼이자 약물 중독자인 그는 자신의 생존과 재미를 위해 타인을 아무렇지 않게 희생시키는 인물이다. 최승현에겐 “10년 가까이 아무도 나를 봐주지 않던 타이밍”에 찾아온 기회였다.

“제 부끄러운 과거와 직면해야 하는 부분이 많은 캐릭터라 굉장히 고민이 됐어요. 그러다 오디션 테이프를 찍어 보냈고 감독님이 좋게 봐주셔서 출연이 확정됐습니다. 손 내밀어주신 감독님 믿음에 꼭 보답하고 싶었습니다.”

시리즈 공개 뒤 평가는 엇갈렸다. 다소 과장된 타노스 캐릭터를 두고 ‘어색하다’는 반응이 나오는 한편 그가 랩을 하는 모습이 ‘밈’으로 퍼지기도 했다. 최승현도 이런 반응을 잘 알고 있었다. “어떤 의견이든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연기에 대한 평가는 관객의 몫이니까요.” 다만 ‘오그라든다’는 반응은 의도된 바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타노스가 근사한 래퍼였다면 이런 게임에 참여하지 않았을뿐더러 약물에 의존하는 ‘힙합 루저’도 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과한 제스처나 우스꽝스러운 랩 모두 정해진 콘셉트였다”고 말했다.

최승현의 20대는 화려했다. 2006년 빅뱅으로 데뷔한 이후 줄곧 정상에 서 있었다. 배우로서도 승승장구했다. <포화 속으로>(2010)로 신인상을 휩쓸며 성공적인 스크린 데뷔를 했고 <동창생>, <타짜: 신의 손> 등 작품의 주연 자리를 잇달아 꿰찼다.

그러나 마약 투약, 군 복무 중 각종 특혜 논란으로 뉴스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팬과 설전을 벌이거나 빅뱅 팬 계정을 차단하며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최승현은 오해를 바로잡고 싶다고 했다. “빅뱅이라는 팀에 씻을 수 없는 피해를 준 사람으로서 질타나 뭇매를 저 혼자 감내하고 싶었습니다. 죄책감 때문에 팀을 떠났고요. 염치가 없어 떠난 사람인데 재결합을 원하는 분들께 희망 고문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리고 멤버들은 제게 가족 같은 존재예요. (빅뱅 사진을 보는 것이) 헤어진 가족사진 보는 것처럼 괴로웠어요. 절대 멤버들에게 상처주려는 게 아니었습니다. 힘든 마음에 그랬던 것이 오해로 확산된 것 같습니다.”

그는 미안한 마음에 멤버들과는 연락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렇지만 최근 컴백한 지드래곤, 재결합해 무대에 오른 멤버들의 활동을 뿌듯하게 지켜봤다.

“염치없이 떠난 사람이라 연락 안 한 지 좀 되었어요. 시간이 흘러 마음의 여유가 생기면 연락하지 않을까 싶어요. 멤버들 무대는 보았고 너무 멋있었어요. 응원하는 마음뿐입니다.”

최승현은 모습을 감춘 7~8년간 작업실과 집만 오가며 지냈다. 음악에 몰두하는 시간은 무너진 자신을 단단하게 만들었다. “제가 듣고 싶은 음악을 만들며 지냈습니다. 마이크 앞에 있을 때 숨통이 조금 트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제 존재 목적을 그때 깨닫기도 했고요. 아마 그게 아니었다면 다시 일어서지 못했을 것 같습니다.”

다시 대중 앞에 선 최승현의 향후 계획은 뭘까. 그는 정해진 게 없다고 했다.

“솔직히 아직은 (미래를 생각할) 마음의 여유가 없어요. 그저 진정성 있는 뮤지션, 배우가 되고 싶은 마음입니다. 그동안의 어둠과 그늘 속에서 성장한 자아를 표현할 수 있는 배우가 되는 게 제 목표이자 꿈입니다.”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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