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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정치권 문화전쟁 ‘최전선’의 성소수자 인권

“트랜스젠더 광기 끝낸다” 트럼프…발맞춘 공화당

공화당이 다수를 차지한 미국 하원이 여성으로 성을 확정(전환)한 사람이 여성 운동 경기에서 뛰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을 가결했다.

미 하원은 14일(현지시간) ‘스포츠 여성과 소녀 보호법’을 찬성 218표 대 반대 206표로 통과시켰다. 이 법은 학교에서 성차별을 금지한 연방법 ‘타이틀 나인’을 개정해 여성으로 성을 바꾼 트랜스젠더의 여성 운동 경기 참여를 막겠다는 내용을 중심으로 한다.


마이크 존슨 미국 하원의장이 14일(현지시간) 국회의사당에서 ‘스포츠 여성과 소녀 보호법’에 대한 하원 표결 후 기자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마이크 존슨 미국 하원의장이 14일(현지시간) 국회의사당에서 ‘스포츠 여성과 소녀 보호법’에 대한 하원 표결 후 기자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조 바이든 행정부는 1972년 처음 제정된 ‘타이틀 나인’을 2023년 4월 개정해 보호 대상 범위를 성소수자 청소년까지 확대했다. 나이와 경기력을 고려해 제한을 둘 순 있어도 트랜스젠더 선수가 현재의 성 정체성에 맞는 스포츠팀에 출전하는 것을 원천 금지해선 안 된다는 취지다. 그러나 여성 선수들이 출전하는 수영과 배구, 육상 등 경기에서 트랜스젠더 선수가 뛰어난 기량을 보이자 역차별 논란이 계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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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지애나주 등 보수적인 지역으로 꼽히는 이른바 ‘바이블 벨트’ 중심으로 개정안에 이의를 제기하는 소송이 이어지기도 했다. 그러면서 트랜스젠더의 여성 경기 참여 문제는 미국 사회에 보수·진보 진영의 첨예한 문화전쟁이 벌어지는 전선 중 하나로 떠올랐다. 공화당 측은 지난해 대선 기간 TV 광고에 전체 예산 중 20%에 달하는 3700만달러(약 540억6800만원)를 지출하는 등 지지층 결집을 위해 트랜스젠더 문제를 집중 공략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 역시 지난달 “취임 첫날 펜을 한 번 휘둘러 트랜스젠더 광기를 끝내겠다” “남성과 여성, 두 가지 성별만 존재한다는 것이 미국 정부의 공식 정책이 될 것” 등 거친 발언을 이어왔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법안이 하원을 통과한 데 대해 “공화당의 주요 선거 이슈가 새 의회의 첫 번째 우선순위 중 하나로 격상됐다”고 평가했다.

공화당과 보수 단체는 생물학적 여성을 보호하고 스포츠 경쟁 환경을 공정하게 만들기 위해 트랜스젠더 여성이 경기에서 경쟁에 참여하는 것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민주당은 이런 법안은 이미 취약한 위치에 놓인 성소수자 청소년에 대한 편견과 혐오를 부추길 뿐이며, 성소수자 청소년도 여느 학생들처럼 소속감을 느끼고 팀워크를 배울 기회를 보장받아 마땅하다고 맞섰다.

만약 이번 법안이 상원까지 통과할 경우 20일 취임하는 트럼프 당선인이 서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상원에서 공화당이 민주당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무력화할 수 있는 이른바 ‘슈퍼 과반’(60석 우위)은 차지하지 못한 만큼 법안이 상원을 통과할지는 불확실하다. 법안이 상원을 통과하지 못하더라도 트럼프 당선인은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정책 폐기 방침에 따라 트랜스젠더의 여성 운동 경기 출전 금지, 미성년자 성확정 수술 금지 등 행정 조치를 취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이에 따라 미국 사회에선 성소수자에 대한 배제가 짙어지는 기류도 나타난다. 공화당 소속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지난해 선거에서 미국 역사상 최초의 트랜스젠더 연방 하원의원으로 당선된 세라 맥브라이드를 겨냥해 트랜스젠더 여성의 연방 의사당 및 하원 건물 내 여성 전용 공간 사용을 금지했다. 트럼프 당선인 취임을 앞두고 맥도널드, 월마트, 메타, 아마존 등 대기업들은 줄줄이 DEI 정책을 폐기했다.

▼ 김희진 기자 hjin@kh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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