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7회 아카데미 후보 발표, 17일서 23일로 연기
크리틱스초이스·SAG 시상식 일정도 산불로 변경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로할리우드 표지판이 연기로 뒤덮여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의 여파로 할리우드 주요 행사가 잇따라 연기되거나 축소되고 있다.
15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아카데미(오스카상) 시상식을 주관하는 미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는 오는 17일로 예정됐던 제97회 수상 후보 발표 일정을 오는 23일로 연기했다. 아카데미 측은 홈페이지를 통해 후보 발표를 오프라인 행사 없이 온라인 이벤트로만 진행한다고 밝혔다. 또 2월 10일 예정된 수상 후보자 오찬 행사도 취소했다고 전했다.
아카데미 시상식 본행사는 오는 3월 2일 돌비극장에서 예정대로 개최되며, 미국 ABC 방송을 통해 생중계될 예정이다. 그러나 업계는 산불 피해가 심각한 상황에서 시상식 규모가 축소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크리틱스초이스 어워즈를 주관하는 비평가 단체 크리틱스초이스협회(CCA)도 올해 시상식을 이달 12일에서 26일로 연기한 데 이어 다시 2월로 미뤘다.
할리우드 배우조합(SAG)은 오는 2월 23일 예정된 SAG 시상식의 후보 발표 행사를 취소하고, 최근 후보 명단만 공개했다.
일각에서는 시상식 방송 자체를 취소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배우 진 스마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에 “할리우드 시상식을 생중계하는 방송사들은 시상식을 중계하지 말고, 그들이 벌어들일 수익을 화재 피해자와 소방관들에게 기부하는 것을 심각하게 고려하기를 바란다”고 썼다.
이에 대해 긍정적 반응도 있었지만, “방송사가 중계하지 않으면 수익 창출과 관련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반대 의견도 적지 않다.
하지만 할리우드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시상식을 강행할 경우 산불 피해자들을 외면하는 모양새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앤서니 홉킨스, 멜 깁슨, 빌리 크리스털 등 여러 할리우드 스타도 이번 화재로 집을 잃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산불로 인해 주요 스튜디오들의 영화 제작에는 별 영향이 없는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디즈니, 소니픽처스, 파라마운트, 넷플릭스 등 대기업들의 스튜디오 건물이 화재 지역과는 떨어진 곳에 있어 직접적인 피해를 보지 않은 데다 영화 촬영 등 대부분 작업은 이미 물가가 비싼 LA를 떠나 조지아주·뉴멕시코주나 영국, 호주 등에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AP통신은 “이번 산불은 LA 지역의 일상과 주요 행사를 뒤흔들고 있으며, 할리우드에서는 앞으로도 그 여파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