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때 경향신문 등 언론사 단전·단수 경위 수사

허석곤 소방청장이 1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비상계엄 당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의 언론사에 대한 단전·단수 지시와 관련한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12·3 비상계엄 선포 직후 이상민 당시 행정안전부 장관이 허석곤 소방청장에게 경향신문 등 언론사에 대한 ‘단전·단수’ 조치에 협조하라고 지시했다는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16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특수단)은 언론사 단전·단수 의혹 수사와 관련해 소방청 관계자들에게 참고인 자격으로 출석을 요구했다. 특수단 관계자는 이들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는 단계라면서 구체적인 조사 일정과 내용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경향신문 등 특정 언론사에 대한 단전·단수 지시 논란은 지난 1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현안질의에 출석한 허 청장이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답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허 청장은 계엄 선포 당시 이 전 장관이 경향신문과 한겨레, MBC, JTBC 등 특정 언론사에 대한 경찰의 단전·단수 요청에 협조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했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이 허 청장에게 한 지시는 소방청 내부에도 하달된 것으로 드러났다. 윤 의원이 전날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서 공개한 자료를 보면 지난달 3일 비상계엄 선포 1시간여 후 이영팔 소방청 차장은 황기석 서울소방재난본부장에게 전화해 “계엄 포고령과 관련해 경찰청에서 협조 요청이 오면 잘 협력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황 본부장은 “알겠고, 알아서 하겠다”고 답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언론사 단전·단수 의혹 수사를 통해 이 전 장관의 지시가 내란죄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 범죄 행위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특수단은 소방청 관계자에 대한 조사를 우선 벌여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확인할 예정이다.
참고인 조사가 마무리되면 허 청장과 이 전 장관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해 보인다. 허 청장은 지난 13일 행안위 현안질의에서 이 전 장관의 지시에 관해 “소방활동에 대한 것이었다”라며 구체적인 내용을 답하지 않다가 추궁이 이어지자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지시를 전달하지 않았다”라고 계속 말을 바꾸기도 했다. 허 청장은 윤 의원이 ‘제보를 받아 내용을 다 알고 질의하는 것’이라는 취지로 압박하자 마지못해 이 전 장관의 언론사 단전·단수 협조 지시 내용을 실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