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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톡 난민’이 만든 뜻밖의 미·중 교류…풍자 대단결 속 검열 우려도

미국 내 틱톡 서비스 종료 앞두고

중국 플랫폼 샤오홍슈에 대거 유입

“미국 내 틱톡 19일 예정대로 종료”

샤오홍슈/ 로이터연합 자료이미지

샤오홍슈/ 로이터연합 자료이미지

“인터넷 난민 환영합니다.” “국가 안보는 자유보다 중요하지요.”

지난해 2월 주중미국대사관이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웨이보에 미국 스미스소니언 생물보존연구소가 관여하는 아프리카 야생 기린 보호 프로젝트 관련 기사를 올리자 중국 누리꾼 수십만명이 댓글을 달았다. “제 주식, 대체 왜 이런 거죠?” “미사일 몇 개 아껴서 상하이 증권거래소 좀 폭파해 주세요.”

당국 검열로 경제 상황에 대해 부정적 댓글을 달기 어려운 중국 누리꾼들이 미국대사관 계정으로 몰려가 풍자를 남기며 주가 하락에 대한 분노를 쏟아낸 것이다. 중국 누리꾼의 이 같은 온라인 망명은 보기 드문 일이 아니다. 망명 행선지는 대체로 미국 플랫폼이다. 미국 커뮤니티사이트 레딧에는 중국인들이 중국어로 대화하는 페이지가 따로 있을 정도이다.

최근 미·중 누리꾼의 입장이 뒤바뀐 상황이 벌어졌다. 중국 기업 바이트댄스가 미국에서 동영상 플랫폼 틱톡 서비스를 종료하기로 한 19일이 다가오자 미국 틱톡 이용자들이 중국 SNS 샤오홍슈로 대거 몰려들었다.

지난 1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판 인스타그램으로 불리는 샤오홍슈(영문명 레드노트)는 미국 앱스토어와 구글플레이스토어에서 다운로드 1위를 기록했다. 중국 영문 관영매체 차이나데일리는 샤오홍슈의 미국 다운로드 횟수는 지난주 200% 이상, 이번 주 194% 이상 급증했다고 보도했다.

샤오홍슈에는 영어와 중국어로 된 풍자게시물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미국 누리꾼즌들은 자신들을 “틱톡 난민”이라고 불렀다. 중국 누리꾼들은 “인터넷 난민 여러분 환영합니다” “국가 안보가 표현의 자유보다 중요합니다. 이 말은 뉴욕이나 제네바의 유엔 본부 건물 앞에 새겨놔야 합니다”라고 답했다.

미·중이 패권 경쟁을 벌이며 상대국을 향해 간첩몰이를 하는 것에 대한 비판도 있었다. 한 미국 이용자는 샤오홍슈에 올린 동영상에서 “미국 정부가 중국이 우리의 프라이버시 데이터를 가져갈까 봐 걱정하고 있으니 중국 정부에 직접 넘겨버리자. 내 휴대전화 가져갈래?”라고 말했다. 중국 이용자들은 “외세가 장벽을 허물었습니다” “너도 간첩이니? 우리 모두 간첩입니다” 등의 댓글을 달았다. 한 중국인 이용자는 “종일 미국인과 스파이 농담을 주고받으니 너무 신났다”고 전했다.

예상치 못한 ‘미·중교류’라며 환호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미국 누리꾼 유입을 계기로 영어 숙제를 도와달라고 올린 한 중국인 누리꾼의 게시글에는 순식간에 2000개 넘는 좋아요가 달렸다. “순식간에 많은 것이 바뀐 것 같다. 두 나라의 평범한 사람들이 진정으로 연결된 적이 없었는데, 모든 사람이 이 짧은 기회를 잘 이용해 의미 있게 보냈으면 좋겠다”는 게시물도 있었다.

16일 급작스럽게 미국인 이용자가 증가한 샤오홍슈 타임라인.

16일 급작스럽게 미국인 이용자가 증가한 샤오홍슈 타임라인.

샤오홍슈는 인스타그램처럼 사진 위주로 일생 생활을 소통하는 플랫폼이다. 쇼핑 플랫폼으로도 활용된다. 샤오홍슈는 마오쩌둥 어록 별칭이기도 한 ‘붉은 책’이라는 뜻이지만 플랫폼에 올라오는 콘텐츠 내용은 공산주의와 전혀 관계없어 이름 자체가 일종의 풍자이다.

서구권에서는 샤오홍슈 인기가 오래 유지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틱톡 이용자들이 샤오홍슈를 내려받은 것은 일종의 항의 표시라고 보기 때문이다. 샤오홍슈는 사진 위주인 반면 틱톡은 짧은 동영상 위주 플랫폼이라는 점도 다르다. 샤오홍슈의 영어 서비스도 아직 부족하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 당국이 또다시 중국계 플랫폼을 손볼 가능성도 있다.

샤오홍슈의 글로벌 인기에 중국 당국의 검열이 강화될까 봐 불안해하는 반응도 있었다. 샤오홍슈는 게시물 내용의 정치적 성격이 덜해 위챗, 웨이보 등에 비해 당국의 입김이 덜하다고 알려져 있다. 단적으로 바이트댄스가 중국 당국의 콘텐츠 검열 규정을 지키기 위해 글로벌 버전 틱톡과 중국 버전 더우인을 나눈 것과 달리 샤오홍슈는 두 버전이 통합돼 있다. 한 중국인 이용자는 “제발 샤오홍슈까지 오지 마라. 여기는 지켜주자”고 댓글을 달았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바이트댄스는 미국 내에서 ‘틱톡 금지법’이 발효되는 19일부터 미국 내 틱톡 서비스를 중단한다. 미국의 틱톡 이용자는 약 1억7000만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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