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가 된 AI···글쓰는 인간들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이영경 기자
사진출처 언스플래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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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기의 미래

나오미 배런 지음|배동근 옮김

북트리거|628쪽|2만7800원

2022년 12월, 오픈AI가 세상에 챗GPT를 내놓았다. 사람과 다름없이 유려한 언어를 구사하는 챗GPT는 등장하자마자 ‘저자’의 자리를 꿰찼다. 작가들이 챗GPT와 협력해 쓴 소설 등 인간의 공저자가 되거나, 아예 단독 저자로 이름을 올린 책도 나왔다. 처음의 호들갑이 지나간 후 챗GPT가 인간을 완벽히 대신할 것이라는 우려는 줄었다. 하지만 챗GPT는 과제, 번역, 기사 작성, 창작 등 광범위한 영역에서 인간의 쓰기를 대신하고 있다.

<다시, 어떻게 읽을 것인가>에서 디지털 시대에 종이책부터 인터넷까지 매체별 읽기 전략을 제시했던 언어학자 나오미 배런이 이번엔 언어생성형 AI시대를 맞아 ‘쓰기’에 대해 이야기한다.

AI가 인간 고유의 사고하고 읽고 쓰는 능력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가란 질문에서 출발한 책은 인류가 문해력을 키워온 역사에서 시작해 컴퓨터와 인공지능 등 ‘글 쓰는 기계’의 발전 과정을 짚는다. AI로 인해 가장 위협받는 글쓰기 전문직-기자, 변호사, 번역가 등-에서 현재 벌어지는 일들, 예컨대 일자리 감소나 일의 만족도 감소 등을 논하면서 우리가 가장 궁금해할 질문으로 다가간다.

쓰기를 AI가 대체할 때, 인간 고유의 사고력과 창의성을 상실하지 않을까란 질문이다. 배런은 섣부른 낙관이나 비관을 하는 대신, 다양한 딜레마 속에서 AI와 어떻게 협력할 것인지를 논한다. 이에 대한 챗GPT의 대답이 인상적이다. “쓰기에 대해 AI가 미칠 충격은 AI가 어떻게 쓰이느냐와 인간의 쓰기 관행 속으로 AI를 어떻게 수용할 것인가를 놓고 사람들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달려있습니다.” 아마 배런과의 여러 차례 대화 끝에 나온 대답일 것이다.

책 전반을 관통하는 것은 저자의 쓰기에 대한 애정이다. “인간의 글쓰기는 인간의 마음을 날카롭게 벼리고, 다른 사람과 이어 주는 마법검이다.”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한강의 소설들은 쓰기가 사람 사이에서 발휘하는 힘을 명징하게 보여줬다. 인간의 도우미로서 AI의 효율성을 이용하면서도 ‘마법검’을 지켜내는 선택은 우리의 몫이다.

[책과 삶] ‘저자’가 된  AI···글쓰는 인간들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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