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에 담은 일상의 감각과 계절

김한솔 기자
[책과 삶] 한 줄에 담은 일상의 감각과 계절

한 줄 시 읽는 법
정수윤 지음
유유 | 196쪽 | 1만5000원

‘산은 고양이/ 여기저기 핥았네/ 눈 녹은 틈새’(바쇼)

하이쿠는 일본의 한 줄 시다. 일상의 장면을 그림 그리듯 쓰는 글쓰기 기법인 ‘사생문’에 기반하고 있다. 그냥 짧고 재치있게 한 줄로 쓰면 될 것 같지만, 하이쿠에는 세 가지 규칙이 있다.

첫 번째는 ‘나의 감각으로, 지금 이 순간’에 대해 써야 한다는 것이다. 어디선가 보고 들은 것이 아닌, 지금 내가 느끼는 것을 써야 한다.

두 번째 규칙은 다섯 자, 일곱 자, 다섯 자의 음수율이다. 첫 번째 다섯 자는 가미고, 가운데 일곱 자는 나카시치, 마지막 다섯 자는 시모고라 부른다. 하이쿠는 열입곱 자 안에서 일상을 노래한다. 글자가 넘치거나, 아예 음수율을 고려하지 않은 하이쿠도 있다.

세 번째 규칙은 첫 번째와 더불어 하이쿠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다. 바로 ‘계절어’를 넣는 것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나타내는 단어가 들어가야 한다. 쑥(봄), 땀(여름), 달(가을), 눈사람(겨울) 같은 것들이다. 일본에는 약 6000개의 계절어가 있고, 계절어를 모아놓은 계절어 사전도 있다.

저자는 계절별 하이쿠를 소개한 뒤 시의 구조를 분석하거나 시에 쓰인 일본의 독특한 계절어를 설명한다. 하이쿠도 좋지만 우리나라에 없는 단어를 살펴보는 재미가 크다.

그해 마지막으로 내리는 눈은 ‘눈의 작별(유키노와카레)’, 눈이 녹아 수프처럼 물이 흥건해지는 현상은 ‘눈 수프(유키시루)’라고 한다.

연말이 다가오면 대청소를 하는 일본 풍습과 관련한 겨울 계절어 중에는 청소는 안 하고 먼지가 없는 곳으로 피신하는 행동을 가리키는 단어도 있다. ‘스스니게’다. 연말 대청소에 대해 여성 하이쿠 시인 지요조와 작가 나쓰메 소세키가 각기 다르게 쓴 하이쿠가 재밌다.

‘오늘만큼은/ 키가 크면 좋겠네/ 연말 대청소’(지요조)

‘지붕 위에서/ 책을 읽는 선생님/ 연말 대청소’(나쓰메 소세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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