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환경 논란’ 속 부산항 출항한 환경재단 크루즈

크루즈의 그린워싱을 반대하는 시민연대 활동가들이 16일 오후 1시 부산항에서 환경재단의 그린보트 운항을 규탄하는 손팻말을 들고 서있다. 크루즈의 그린워싱을 반대하는 시민연대 제공
재단 “탄소배출량만 계산” 반박
그린보트 사업은 원점서 재검토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 비판을 받는 환경재단의 크루즈가 부산항을 떠났다. 크루즈 사업을 비판해온 환경단체들은 “반환경적 크루즈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바다 위 지구학교’를 목표로 하는 환경재단의 그린보트는 16일 오후 9시 부산항에서 출항했으며, 오는 23일 귀항한다. 7박8일 동안 대만, 일본 등지를 여행하면서 선상에서 각계 인사들의 환경 관련 강의를 실시하는 내용이다.
시셰퍼드코리아, 핫핑크돌핀스, 생명다양성재단, 동물들의행진 등 시민단체로 이루어진 ‘크루즈의 그린워싱을 반대하는 시민연대’는 이날 오후 1시 출항에 앞서 환경재단을 규탄하는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모순적인 사업”이라고 비판했다.
시민연대는 “크루즈 산업은 세계적인 기후 악당 중 하나로 부상하고 있다”면서 “대기와 해양 오염, 온실가스와 쓰레기 배출, 해양생물에 끼치는 부정적 영향, 그리고 항구 주민들이 겪는 피해 때문에 기후위기 시대에 결코 장려할 수 없는 여행 수단임에도 불구하고 산업 규모가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단체는 “그린과 정반대인 크루즈를 친환경으로 포장함으로써 끼쳐 온 영향과 여파를 깊이 우려한다”면서 “환경재단에 있어 크루즈 산업이 기후, 지역 주민, 그리고 수많은 비인간 생명에게 미치는 영향은 관심사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모순적 행보에 책임져야 한다”면서 그린보트 프로그램 중단을 요구했다.
당초 1차 공개된 ‘게스트 명단’을 보면 그린보트엔 21명의 인사가 탈 예정이었다. 그러나 그린워싱 비판이 이어지면서 가수 요조,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 홍수열 자원순환연구소 소장 등이 승선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정재승 카이스트(KAIST) 교수,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장도 탑승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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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재단은 이번 비판을 계기로 그린보트 사업에 대해 원점에서 재고할 것으로 전해졌다. 크루즈가 많은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것은 사실이고, 이로 인한 국제적인 비판이 있다는 점도 수용해 다시 논의해 보겠다는 것이다.
환경재단은 다만 이동과 숙식, 연수가 합쳐진 형태를 고려하지 않고 탄소배출량만 계산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반박했다. 환경재단은 “약 2500명의 인원이 7박8일간 대만, 일본 등 총 2950㎞를 이동하는 환경재단의 ‘그린보트’와 동일한 코스를 이용할 경우 크루즈는 항공기 대비 808tCO2(38%·이산화탄소환산톤) 적게 배출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