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회장 당선인 기자회견

각오를 다지며 유승민 대한체육회장 당선인이 16일 서울 중구 플레이저 플레이스 센트럴 호텔에서 열린 ‘제42대 대한체육회장 당선 기자회견’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문체부와 현안 논의 등 바쁜 와중
고 최숙현 아버지의 문자 인상적
체육인 보호 힘쓰며 변화 만들고
‘부지런한 일꾼’이란 평가 받고파
“‘정말 부지런한 일꾼이었다, 체육인들을 위해 한 몸 불태웠다’는 평가를 받고 싶다.”
유승민 대한체육회장 당선인(43)은 당선된 기쁨에 젖어 있지 않았다. “어느 때보다 어려운 상황이다. 고민이 많이 되고 책임감이 더 무겁게 느껴진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유 당선인은 16일 서울 모호텔에서 열린 제42대 대한체육회장 당선 기자회견에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으로 일하면서 ‘하드 워커’라는 평가를 받았다”며 “대한체육회장으로서도 일 잘하는 회장으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
유 당선인은 지난 17일 회장 선거에서 유효투표 1209표 중 417표(34.5%)를 얻어 379표(31.3%)를 얻는 데 그친 이기흥 현 회장을 따돌렸다.
유 당선인은 이번을 포함해 인생에서 세 차례 역전극을 썼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는 세계 최강 왕하오(중국)를 꺾고 탁구 남자 단식 금메달을 따냈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는 IOC 선수 위원 선거에 출마해 부지런하고 진정성 있게 움직이면서 전체 2위로 당선됐다. 유 당선인은 “상대로 보면 왕하오가 가장 강했고 당시 결승에 올라간 것만으로도 잘했다는 말을 들었다”며 “과정에서 겪은 어려움을 따지면 이번 체육회장 선거가 가장 힘들었다”고 말했다. 유 당선인은 “많은 분들이 나를 ‘기적의 사나이’라고 불러주셨다”며 “체육회장으로서 체육을 바꾸는 기적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유 당선인은 당선 후 이틀 동안 바쁜 시간을 보냈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장미란 차관과 만나 현안을 논의했고 정치인, 기업인뿐만 아니라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 등 국제스포츠계 고위층으로부터도 축하 인사를 받았다.
이틀 동안 받은 연락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트라이애슬론 고 최숙현 아버지의 문자였다. 유 당선인은 “아버지가 ‘대한민국 체육이 건강하게 올바르게 가도록 노력해달라’는 문자를 보내왔다”며 “그걸 보고 내가 잠시 잊고 있는 부분이었다는 생각이 들면서 부끄러웠다. 나쁜 환경에 체육인들이 노출되지 않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유 당선인은 “대한체육회가 많은 조사 등을 받으면서 자존감이 낮아졌고 동기도 약해졌다”며 “다양한 조직 구성원이 다양한 목소리를 내주길 바란다. 그걸 통해 변화를 당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변할 준비를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무너진 학교체육과 실업체육, 침체된 엘리트 체육을 살려야 한다”며 “다양한 종목들이 균형 있게 발전하려면 뿌리가 필요하다. 관련 기관을 하나씩 찾아다니며 제약을 풀어보겠다”고 덧붙였다.
유 당선인은 개인적 욕심을 내지 않았다. 그는 “무보수 명예직인 체육회장 대우는 그대로 유지돼야 한다”며 법인 카드를 쓰지 않겠다는 취지로 말했다. 유 당선인은 끝으로 취재진을 상대로 “내가 잘못하거나 현실에 안주하면 심하게 꾸짖고 채찍질도 해달라”며 “지금 체육인들 자존심이 크게 떨어져 있다. 체육계가 앞으로 좋은 성과를 내면 칭찬도 해달라”고 부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