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세게 밀어붙인 트럼프…네타냐후도 두 손 들었다

선명수 기자

출범 안 한 트럼프 측 인사

바이든 정부와 함께 협상

‘취임식 이전’ 타결에 영향

네타냐후의 ‘선물’ 해석도

<b>드디어…</b>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15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데이르 알발라에서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휴전을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거리로 나와 환호하고 있다. UPI연합뉴스

드디어…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15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데이르 알발라에서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휴전을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거리로 나와 환호하고 있다. UPI연합뉴스

그간 가자지구 전쟁 휴전에 미온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온 이스라엘 정부가 15일(현지시간) 마침내 휴전에 합의한 데는 미국의 현 권력과 차기 권력의 동시 압박이 크게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강한 친이스라엘 성향을 보여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오는 20일 자신의 취임식 이전 휴전협상을 타결하라고 강하게 밀어붙인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휴전협상은 브렛 매커크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중동·북아프리카 조정관 등 조 바이든 정부 인사들이 지난 수개월간 조율하고 주도해 왔으나, 이스라엘 정부를 설득하고 교착 상태를 벗어나게 하는 데는 트럼프 당선인 측 압박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도 정부 소식통 등을 인용해 트럼프 당선인이 차기 정부 중동 특사로 지명한 스티브 위트코프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거듭 거부해온 휴전 계획을 수용하도록 거세게 압박했다고 전했다.

지난 11일 이스라엘을 방문해 네타냐후 총리를 만난 위트코프 특사는 방문 전날 전화로 방문 계획을 일방 통보하는 등 공격적인 태도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총리실 보좌관들이 방문일이 유대 안식일이라는 점을 거론했으나 위트코프는 안식일은 상관없다며 짜증을 냈고, 결국 이스라엘 정부 관행과 달리 네타냐후 총리는 그를 맞이하기 위해 안식일에 사무실로 출근했다.

유대인 부동산 개발업자 출신인 위트코프는 외교 경험이 전무한데도 중동 특사로 발탁된 인물로, 이번 방문에서도 외교 관례를 무시하는 트럼프식 ‘거래 성사 우선주의’가 작동했다고 한 이스라엘 고위 외교관은 전했다.

이날의 회담 이후 휴전 논의는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회담 직후 네타냐후 총리실은 협상이 진행 중인 카타르 도하에 이스라엘 양대 정보기관인 모사드·신베트 수장이 포함된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한다고 발표했고, 이는 곧 협상 타결이 임박했다는 신호로 해석됐다.

아직 트럼프 정부가 출범하지 않았음에도 차기 정부 특사가 현 정부 인사들과 함께 협상을 주도한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퇴임 전 마지막 성과를 내고자 하는 바이든 대통령의 의지와 취임 전 협상 중재력을 과시하고자 하는 트럼프 당선인 측 이해가 맞아떨어지며 합의를 이끄는 동력이 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중재국들이 협상 타결을 공식 발표하기도 전에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발 빠르게 휴전 소식을 전하며 “이 굉장한 휴전 합의는 오로지 우리의 역사적인 지난해 11월 (대선) 승리로 인해 가능했다”며 휴전을 자신의 공으로 돌렸다.

트럼프 1기 정부 당시 끈끈한 밀착을 과시했던 네타냐후 총리가 2기 정부와의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트럼프 당선인에게 휴전이라는 성과를 일종의 ‘취임 선물’로 준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휴전 합의 발표 후 지난 1년 내내 휴전을 위해 노력해온 바이든 대통령이 아닌 트럼프 당선인에게 먼저 전화를 걸어 감사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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