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어권 악용해 여론몰이…대통령의 ‘법치 농락’

허진무 기자

검찰총장 퇴임 땐 “힘 있는 자들, 절차·과정 문제 삼아”

<b>구치소서 꿈쩍 않는 윤석열</b> 윤석열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 등의 혐의로 체포된 이튿날인 16일 윤 대통령이 구금된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대통령 경호차량이 이동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예정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2차 피의자 조사에 응하지 않았다. 정효진 기자 hoho@kyunghyang.com

구치소서 꿈쩍 않는 윤석열 윤석열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 등의 혐의로 체포된 이튿날인 16일 윤 대통령이 구금된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대통령 경호차량이 이동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예정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2차 피의자 조사에 응하지 않았다. 정효진 기자 hoho@kyunghyang.com

윤석열, 공수처 조사 입닫고
“출석 권리 침해” 주장하며
헌재엔 변론기일 연기 신청

지지층 선동, 수사·재판 압박
사법체계 흔드는 법꾸라지로

12·3 비상계엄 사태를 일으킨 윤석열 대통령이 권력과 법률 지식, 지지자를 총동원해 처벌을 피해가려 하고 있다. 온갖 ‘법기술’을 끌어모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내란죄 수사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에 제동을 거는 ‘법꾸라지’ 행태를 보이고 있다. 헌법을 수호해야 할 대통령이 형사·사법체계를 흔들면서 스스로 탄핵의 늪으로 들어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윤 대통령 측은 지금까지 진술거부권(묵비권) 행사, 조서 서명·날인 거부, 조사 전면 불응, 체포적부심 청구, 변론기일 연기 신청, 수사 책임자 고발 등 다양한 ‘방어 전술’을 동원했다. 윤 대통령은 공수처가 16일 오전 실시하려던 2차 조사를 ‘건강상 이유’로 미루더니 오후 조사도 “어제 충분히 입장을 얘기해 더 조사받을 게 없다”며 불응했다. 전날 공수처에 체포되기 전에도 대통령 관저에서 경호처의 보호를 받으며 ‘버티기’로 일관해왔다.

윤 대통령 측은 이날 서울중앙지검에 오동운 공수처장과 우종수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 등을 내란 혐의로 고발했다. 윤 대통령 변호인단은 공수처와 경찰 수사관이 군사기밀보호법상 군사기밀인 대통령 관저에 침입했다며 “국가권력을 배제한 내란죄에 해당하고, 그 과정에서 특수공무집행 방해,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등 무수히 많은 범죄를 자행했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은 전날 공수처에서 8시간20분간 조사받으면서 진술을 일절 거부했다. 조사를 마친 뒤 피의자신문조서를 열람하지도, 서명·날인하지도 않았다. 서명·날인이 없는 조서는 향후 재판에서 증거 능력이 없다. 전날 저녁에는 체포가 적법한지 판단받는 체포적부심을 서울중앙지법에 청구했다. 윤 대통령은 공수처에 내란죄 수사권이 없고, 서울중앙지법이 아니라 서울서부지법에서 발부받은 영장은 불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전날 공수처 조사 내내 입을 닫았지만 이날 진행된 탄핵심판에 대해선 공수처 조사를 이유로 ‘2차 변론기일을 연기해 달라’고 요청했다. 구금된 상태라 헌재가 변론을 열면 당사자의 출석할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란 주장도 폈지만 헌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16일부터 일주일간 헌재가 보낸 답변요구서 수령 자체를 거부하면서 시간을 끌기도 했다. 헌재가 서류를 받은 것으로 간주하고 5차례 변론기일을 일괄 지정하며 속도를 내자 “방어권을 제한한다” “편파적 재판 진행”이라며 반발했다. 1차 변론에는 공수처가 체포영장 집행을 시도해 안전이 우려된다며 불출석했다.

윤 대통령의 변호인단은 수사·탄핵 절차마다 문제를 제기하며 “피의자 방어권 보장”을 주장했다. 윤갑근 변호사는 지난 13일 낸 입장문에서 “불법 수사에서 취득한 증거는 모두 증거 능력을 상실하게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검사 시절 권력자들의 이 같은 행태를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2021년 3월 검찰총장 퇴임사에서 “힘 있는 자들은 사소한 절차와 증거 획득 과정에 대해 문제를 삼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바 있다.

윤 대통령은 ‘법치’를 강조하면서도 장외 여론전으로 강성 지지층을 결집해 수사와 재판을 압박하고 있다.

그는 지난 1일 관저 앞에 모인 지지자들에게 “여러분과 함께 끝까지 싸울 것”이라는 편지를 전했다. 체포된 직후 공개한 영상과 자필 편지에서는 “이 나라 법이 모두 무너졌다” “부정선거 증거는 너무나 많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공수처가 있는 정부과천청사, 윤 대통령이 수용된 서울구치소 앞에선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수사와 탄핵심판에 대한 방해는 윤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윤 대통령은 피의자의 방어권을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동원하고 있다”며 “대통령 지위에 있으면서 형사·사법체계 자체를 부정하고 지지자를 결집하는 메시지만 던져 국법의 권위를 떨어뜨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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