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측 ‘180일 심리기간’ 보장하라는데…헌재 의무 아닌 훈시 규정일 뿐 대통령직 공백에 ‘신속성’ 우위

윤지원 기자

“충분한 심리를 원하는 당사자에게 180일이 보장돼야 한다.”

12·3 비상계엄 사태로 탄핵소추된 윤석열 대통령 측이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2차 변론에서 한 발언이다. 헌법재판소법에 규정된 ‘180일’ 심판기간, 헌법상 보장된 방어권을 보장해달라는 취지다. 윤 대통령 측 주장처럼 ‘탄핵심판 180일 심리’는 그의 권리일까.

윤 대통령 측이 언급한 180일은 헌재법 38조에 명시돼 있다. 이 조항은 ‘헌재는 심판사건을 접수한 날로부터 180일 이내에 결정 선고를 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전문가들은 이 조항 취지가 ‘심판기간 180일을 채우라’는 게 아니고 오히려 반대라고 말한다. 재판을 길게 끌면 청구인의 권리가 침해된다는 측면을 고려해 180일이란 기간을 정해뒀다는 것이다. 국민 모두가 신속한 헌법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헌재의 심판기간을 180일 이내로 제한한다는 취지다. 의무조항이 아닌 훈시 규정인 만큼 헌재는 이 조항에 반드시 얽매이지도 않는다.

법조계에선 앞선 두 전직 대통령의 탄핵심판 심리기간을 보면 윤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심리기간을 가늠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8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은 파면 결정 선고까지 총 91일 걸렸다. 이때도 박 전 대통령 측이 윤 대통령 측과 유사한 논리로 “180일 기간을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당시 이정미 재판관 임기 만료를 고려해 그 전에 선고돼야 한다는 헌재 입장이 나오자 반발하면서 내세운 논리였다. 하지만 헌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파면 선고는 이 재판관 퇴임 사흘 전에 나왔다. 쟁점이 더 단순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은 선고까지 63일 걸렸다.

두 사건이 180일을 채우지 않은 것은 탄핵심판이 헌재의 재판(탄핵심판·위헌법률·정당해산·권한쟁의·헌법소원) 중에서도 유일하게 피청구 대상자가 특정된 ‘징계절차’라는 점 때문이다. 대통령 탄핵심판이 국가원수이자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의 권한 행사가 정지된 상태에서 진행된다는 특수성도 있다.

이황희 성균관대 교수는 2021년 낸 논문에서 “대통령의 파면 여부를 판단하는 특수성을 고려하면 절차의 신중성에도 일정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대통령의 권한 행사 정지 상태가 장기화되어서도 안 되고 국가 최고지도자의 지위가 장기간 불안정한 상태에 놓이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국가원수이자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직 공백의 장기화는 사회적 해악이 큰 만큼 신중한 절차 진행만 추구할 수는 없다는 의미다. 방승주 한양대 교수도 “12·3 비상계엄 이후 헌정질서가 완전히 파괴된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에서 위헌성을 확인하는 대로 빨리 파면 여부를 결정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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