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안보 현안 해법회의
북·미 대화서 ‘패싱’ 우려
핵협상 등에 선제적 대비
“대북 공조로 북 도발 억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외교·안보 분야 주요 현안 해법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외교부는 16일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한·미 정상을 비롯한 고위급 소통 방안을 두고 미국 측과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향후 북·미 핵협상 가능성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겠다고 했다.
외교부는 이날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외교안보 분야 ‘주요 현안 해법회의’에서 이런 내용을 보고했다. 외교부는 최 권한대행이 트럼프 당선인 취임 이후 직접 통화하는 방안,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미국을 방문하는 방안 등의 추진 상황을 설명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고위급 소통과 관련해 한·미 간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며 “미국 신행정부 출범 이후 한·미의 각급 소통이 조속히 이뤄지는 게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2017년 1월 트럼프 1기 행정부 출범 이후 열흘 만에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한 바 있다. 외교부는 “권한대행 체제 아래서도 미국 신행정부와의 활발한 고위급 교류 전개를 추진하겠다”며 “미국 지역 공관이 구축한 폭넓은 네트워크를 전방위로 활용하고, 우리 기업·경제단체와 긴밀히 공조하겠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회의에서 트럼프 행정부와의 정책 조율을 통해 북·미 대화 추진 가능성에 대비하겠다고 보고했다. 북·미 대화 과정에서 한국이 배제될 것이란 우려와 관련한 대응 방안 등도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는 회의 결과 “한·미 대북 공조 체제의 조기 구축을 통해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고, 북핵 대응 방안 및 비핵화 로드맵 등 대북정책에 대해 (미국과) 긴밀히 조율키로 했다”고 밝혔다.
최근 트럼프 당선인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비핵화가 아닌 핵군축을 주제로 협상을 진행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 지명자는 지난 14일(현지시간) 상원 군사위원회 인준 청문회에 제출한 서면 답변에서 북한을 “핵보유국(nuclear power)”으로 지칭했다. 이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의 핵보유 용인을 전제로 대북정책을 짜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외교부는 일본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아 공동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하고 과거사 등 민감한 현안의 안정적인 관리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또 내년 5월로 예상되는 한·중·일 정상회담 개최를 통해 3국 협력의 모멘텀을 이어가겠다고 했다. 외교부는 오는 11월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을 추진하고, 각급에서 중국과 전략적 소통을 지속한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외교부는 “한반도 정세의 안정적 관리를 위한 중국의 건설적인 역할을 지속 견인하겠다”고 밝혔다.
통일부도 이날 회의에서 북·미 대화에 대비해 한·미 간 정책 조율을 강화하겠다고 보고했다. 통일부는 “미국 신행정부의 대북정책 검토 과정에서 (한국 정부의) ‘담대한 구상’을 토대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공조를 강화하겠다”고 했다.
통일부는 남북 간 긴장 고조 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도 밝혔다. 대북전단은 ‘표현의 자유 보장’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 취지를 고려해 접근한다는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최근 정세를 고려해 상황 관리에도 유의하겠다고 통일부는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