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명동 내 의류매장 쇼윈도에 진열된 옷을 행인이 바라보고 있다. 정효진 기자
정부가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경기 하방 압력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달 정부는 경기 진단을 하면서 ‘경기 회복’ 표현을 삭제한 데 이어 이달에는 고용에 관한 부정적 평가도 포함했다.
기획재정부는 17일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1월호에서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경제 심리 위축 등으로 고용이 둔화하고 경기 하방 압력이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경기 하방 위험이 증가할 우려가 있다”는 정부의 진단과 비교하면 단정적인 표현으로, 부정적 경기 전망에 더 힘을 실었다. 정부의 경기 진단이 한달 사이 더 나빠진 것이다.
한달 사이 경기 진단이 더 어두워진 건 고용 둔화 영향이 크다. 지난달 취업자가 전년보다 5만2000명 감소하면서 3년 10개월 만에 처음 뒷걸음질쳤다. 이에 이달 그린북에서 ‘고용 둔화’ 표현도 등장했다. 정부가 그린북에서 고용 상황을 언급한 것은 1년 1개월 만이다.
지난달 기준 제조업 취업자(-9만7000명)와 건설업 취업자(-15만7000명)는 1년전과 비교해 모두 감소했다. 여기에 정치적 불확실성에 따른 소비 심리 위축으로 임시·일용직 중심으로 도소매, 운수·창고, 숙박·음식, 개인 서비스업 등 업종에도 ‘고용 한파’가 불어닥쳤다.
농축수산물 가격과 환율 상승으로 물가 상승 폭이 커진 점도 부담이다. 1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9%로, 전달(1.5%)보다 상승 폭을 키웠다. 최근 고환율 기조는 앞으로 2∼3개월 시차를 두고 가공식품 물가를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정치 불확실성 확대로 내수 부진에 대한 우려는 커지고 있다. 12월 속보 지표를 보면 소비자심리지수는 88.4로 전달(100.7)보다 큰 폭으로 떨어졌다. 소상공인 체감경기지수 역시 11월 62.4에서 지난달 53.7로 급락했다.
할인점 매출액은 1년 전보다 3.0% 줄며 3개월 만에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방한 중국인 관광객 수도 지난달 26만2000명을 기록하며 전달(37만3000명)보다 줄었다.
다만 카드 국내 승인액(5.4%), 승용차 내수 판매량(6.7%), 온라인 매출액(12.0%)은 1년 전보다 늘었다. 기재부는 “여행·숙박 등 대면 소비는 상대적으로 많이 줄어든 반면 온라인 매출이 늘면서 전체 카드 소비 속보 지표는 증가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국내 정치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20일(현지시간) 출범하는 트럼프 미 행정부 2기 출범도 경제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노무라 증권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국내 정치적 교착은 한국 경제에 하방 리스크로 작용할 소지가 있다”고 했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계엄은 단기간에 그쳤지만 높은 불확실성과 입법부 내 갈등은 지속되고 있다”며 “소비와 기업 심리 약화는 신용등급에 부정적”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