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소득층 에너지효율개선사업. 한국에너지재단 제공
정부가 취약계층 에너지복지사업 담당 기관인 한국에너지재단을 공공기관에서 해제하는 내용을 담은 연구용역 보고서를 발간하면서 노조가 반발하고 있다. 직원들은 “생존권 위협을 느낀다”면서 에너지복지사업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17일 취재를 종합하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서울대학교 산학협력단을 통해 ‘에너지복지사업 추진체계 개편방안’ 연구용역 최종보고서를 냈다. 아직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이 보고서는 2027년부터 한국에너지공단에 정부의 에너지복지사업을 전담시키고, 에너지재단은 민간 참여형 에너지복지사업을 맡도록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보고서 내용이 알려지자 재단 직원들은 반발했다. 에너지복지사업 중 ‘에너지효율개선사업’은 재단의 주된 업무로, 이를 공단으로 이관한다는 것은 공공기관 해제의 시발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재단 직원 A씨는 “에너지복지사업 전담기관의 직원으로서 어려운 사람을 돕는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일하고 있다”며 “오랜 기간 맡은 사업을 뺏길 수 있다는 사실에 자부심은 둘째 치고, 생존권에 대한 위협을 느낀다”고 말했다.
2006년 민간재단으로 출범한 한국에너지재단은 2018년부터 기타공공기관으로 지정됐다.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창호·단열·바닥 효율개선 시공, 보일러·에어컨 지원 등 에너지효율개선사업을 진행한다. 현재 공단은 에너지바우처 사업도 맡고 있다.
에너지재단 노조는 에너지복지사업의 약화도 우려했다. 한혜심 한국노총 공공노련 희망노조 한국에너지재단지부장은 기자와 통화하면서 “우리가 맡은 사업이 현장을 일일이 다녀야 하는 사업이라 대상자들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어야 한다”라며 “현물 지원 복지 사업에 대한 경험이 부족한 공단이 이 사업을 진행하긴 어렵다. 우리와 협업하는 기관, 업체들도 이를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
노조는 “에너지 재단이 운영 어려움 없이 사업을 원활히 수행할 수 있도록 예산을 지원하라는 국정감사 의견 등은 철저히 무시됐다”며 “재단에 대한 법적 기반이 마련되고 정부 예산이 수반되면 사업이 안정화될 수 있으며, 취약계층의 삶의 질 또한 향상될 것”이라고 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현재 재단 상임 이사장이 일년 이상 공석인 상태로, 공석이 채워진 후 연구 용역 보고서를 가지고 재단과 협의할 예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