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일 숨진 창원컨벤션센터 경비노동자 김호동씨의 아내와 딸이 17일 경남 창원 창원컨벤션센터 앞에서 천막농성을 시작했다. 정의당 경남도당 제공
경남 창원 창원컨벤션센터(CECO·세코)에서 일하다 ‘쪼개기 계약’에 항의하며 숨진 경비노동자 김호동씨의 유족이 설 명절을 앞두고 천막농성을 시작했다.
김씨의 유족과 정의당 경남도당은 17일부터 세코 앞에서 천막농성을 시작한다고 이날 밝혔다. 이들은 “창원을 대표하는 컨벤션센터에서 일한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일하던 김씨의 꿈은 쪼개기 근로계약으로 처참히 쪼개졌다”며 “일하던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데 (관련자들이) 책임 회피에만 열중하니 도대체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나”라고 했다.
김씨는 새해 첫날인 지난 1일 세코 하역주차장 인근에서 ‘3개월짜리 시한부 고용 승계에 무력감을 느낀다’는 취지의 유서를 남기고 숨진 채 발견됐다.
2018년 9월부터 세코 경비 용역업체에서 일하기 시작한 김씨는 2021년부터 3~6개월 쪼개기 계약을 맺어 왔다. 지난해 경남관광재단이 세코 위탁운영을 맡게 되면서 ‘공공부문 용역근로자 근로조건 보호지침’에 따라 세코는 용역업체와 1년 계약을 맺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새 용역업체인 SWM는 이 지침에 따르지 않으며 일부 노동자들의 고용승계를 거부했다.
김씨 등이 항의하자 SWM는 우선 3개월 근로계약만 맺겠다고 했다. SWM 부장은 김씨와 통화하면서 “경남도 주무관이 전화 와서 자기가 책임질 테니 (김씨) 3개월 일하게 해달라 해서 생각을 달리했다”며 “다시 한번 기회를 드리는 거다. 둥글둥글하게 살자”고 했다.
유족과 정의당 경남도당은 “현재까지 용역업체는 ‘보상은 없다’ ‘법적 판단을 받겠다’라는 입장을 내놓았고, 경남관광재단은 묵묵부답인 상황”이라며 “경남관광재단은 노동자와 용역업체의 고용승계 과정에서 관리 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은 가장 큰 책임이 있다”고 했다.
이들은 “유가족의 요구사항은 아버지가 왜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는지 알아달라는 것이고, 아버지의 죽음에 경남관광재단이 제 역할을 못한 것을 사과하고 반성하고, 다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안전하게 귀가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라며 “경남관광재단은 이번 일이 진심으로 안타깝다면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책임자 처벌에 앞장서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