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정규직이제그만 등이 17일 오후 4시 서울 중구 한화오션 사옥 앞 인도에서 ‘윤석열에 맞서 싸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내 삶을 바꾸는 1박2일 민주주의 대행진’에 앞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오동욱 기자
‘X’(옛 트위터)에서 루나틱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최다은씨는 17일 “더는 울지 않는 밤이 아닌 함께 우는 밤을 원한다”고 말했다. 최씨 앞에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소속의 비정규직·택시·특수고용노동자들이 서 있었다. 그는 “세상에서 노동자로, 여성으로, 성소수자로, 장애인으로 사는 우리는 권력과 자본 앞에서 한 번도 강자였던 적이 없었다”며 “이제 비정규직의 눈물을 함께 나눠달라”고 말했다.
대통령 탄핵집회에 모인 시민들의 목소리가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요구로 이어지고 있다. 남태령과 한강진역에서 만난 ‘동지’들이 탄핵을 통해 절차적 민주주의뿐만 아니라 ‘일터 민주주의’를 쟁취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고 있다.
‘비정규직이제그만’ 등 노동단체는 이날 오후 서울 중구 한화오션 사옥 앞에서 ‘윤석열에 맞서 싸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내 삶을 바꾸는 1박2일 민주주의 대행진’의 출정식을 가졌다. 이들은 “윤석열이 구속되고 탄핵을 당한다 해도 내 삶이 바뀌지 않는다면 이 땅의 민주주의는 더 억제될 수 있다”며 “내 삶을 바꾸는 민주주의의 시작으로 비정규직 제도를 철폐하자”고 말했다.

영등포에 사는 최모씨(24)가 17일 오후 3시40분 서울 중구 한화오션 사옥 앞에서 비정규직이제그만 등이 주최한 민주주의 대행진이 시작되길 기다리고 있다. 오동욱 기자
이날 행진에는 20~30대로 보이는 청년들이 쓴 ‘단결투쟁’ 머리띠가 유독 눈에 띄었다. 머리띠는 아직 길이 덜 들었는지 빳빳하고 색도 선명했다. 빨간 머리띠로 머리를 묶은 최모씨(24)는 “남태령 집회에 참여했을 때 공권력의 폭력을 가까이서 목격했는데, 그때 일상적으로 투쟁하는 분들에게 관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최씨는 “탄핵집회뿐만 아니라 일상의 투쟁 현장도 우리가 다음 시대로 나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라며 “시간이 될 때는 앞으로 계속 나오고 싶다”고 말했다.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등 투쟁 현장을 다니고 있다는 박치민씨(28)는 “12·3 비상계엄 이후 집회를 다니다가 친구들과 함께 경북 구미에서 열린 시위장에 나간 것이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구미에서는 전국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의 박정혜 수석부지회장과 소현숙 조직부장이 해고노동자의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고공농성을 하고 있다. 박씨는 “처음에는 탄핵 집회만 참석했는데 가면 갈수록 잊히고 억울한 목소리들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며 “거창하진 않아도 적어도 같이 살아가는 사람들이 억울한 일은 안 당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석운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공동의장은 “내란을 저지르고, 노동자와 약자·소수자를 짓밟던 윤석열 일당이 아웃되고 있다”면서도 “그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넘어 을 중의 을인 비정규직·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와 여성·소수자의 권리를 올곧게 보장하는 것이 목표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날 서울 중구 한화오션 빌딩 앞에서 출발해 서울 여의도에 있는 국민의힘 당사까지 행진할 예정이다. 이후 ‘국민의힘 해체 문화제’를 진행한 뒤 오는 18일 쿠팡과 배달의민족 본사 앞을 거쳐 토요일 열릴 윤석열 탄핵집회 참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