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물산이 제안한 한강조망 게스트 하우스 ‘글로우 스테이’ 조감도. 삼성물산
건설업계 1위의 힘은 쎘다. 역대 어떤 정비사업 수주전에서도 볼 수 없었던 파격적인 조건을 내건 1·2위 싸움의 끝은 삼성물산의 승리로 끝났다.
1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용산구 한남4구역 재개발조합은 18일 오후 서울 이태원교회에서 총회를 열고 시공사 선정 투표를 벌인 결과 참석 조합원 1026명(전체 조합원 1153명) 가운데 675표가 삼성물산에 표를 던졌다. 현대건설은 335표를 확보하는 데 그쳤다. 기권·무효 16표다.
건설·부동산업계 전문가들은 “삼성물산은 그동안 사법리스크 때문에 수주전에서 소극적인 편이었다”며 “총력전을 벌인 첫 사업지에서 ‘디에이치(THE H)’라는 현대건설의 막강한 브랜드를 이긴 만큼 향후 ‘알짜지역’을 둘러싼 수주전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건설업계 전문가는 “압구정 3구역만큼은 내줄 수 없는 현대건설로서는 더 긴장할 수밖에 없게 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남4구역은 서울 용산구 보광동을 재개발해 총 51개동, 2331가구를 짓는 사업으로 총 사업비만 1조6000억원에 달한다. 한남3구역보다 부지 면적은 작지만 조합원 대비 공급물량이 많아 높은 분양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때문에 한남 뉴타운 내에서도 ‘노른자 땅’으로 분류된다. 단지명은 삼성물산이 제안한 ‘래미안 글로우힐즈 한남’이 유력하다.
건설업계는 ’래미안’이라는 삼성물산의 브랜드 파워와 더불어 ‘전 조합원 한강조망’을 내세운 삼성물산의 전략이 맞아 들어갔다는 분석이다.
삼성물산은 조합원에게 배정되는 단지는 모두 한강이 보이는 설계안을 내놓았다. 한강 조망을 극대화하기 위해 국내 최초로 원통형 구조도 도입했다. 한강에 인접한 단지는 한강 조망여부에 따라 같은 단지 내에서도 동별로 값이 수 억원까지 차이가 난다.
여기에 이주비 대출은 담보인정비율(LTV) 150%, 최저 12억원까지, 분담금 상환은 입주 후 최대 4년 뒤로 유예할 수 있도록 하는 파격적인 금융 조건도 내놓았다. 분양 이후 공사비를 받는 ‘분양수입금 내 기성불’ 조건도 내걸었다.
현대건설도 삼성물산에 비해 낮은 공사비와 짧은 공사기간, 책임준공 조건 등을 내세웠지만 한강조망을 원하는 조합원들을 설득하지는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은 “이번 결과로 압구정, 성수, 목동 등 주요 재건축 사업장을 둘러싼 1·2위간 다툼이 더 치열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