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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정책 퇴행 막을 보루”…칼바람 속 해넘긴 금강 세종보 천막농성

입력 2025.01.19 10:34

세종시 금강 세종보 상류 둔치에 보 재가동에 반대하는 천막농성장이 설치돼 있다. 이종섭 기자

세종시 금강 세종보 상류 둔치에 보 재가동에 반대하는 천막농성장이 설치돼 있다. 이종섭 기자

“낮에는 햇볕이 들어 견딜만해요. 혹독했던 지난 여름이 더 버티기 힘들었죠.”

한파가 몰아닥친 이달 초 세종시 금강 세종보 상류 천막농성장. 임도훈 ‘보철거를 위한 금강·낙동강·영산강시민행동(시민행동)’ 상황실장은 매서운 강바람에도 대수롭지 않다는 듯 미소를 띠며 말했다. 임 실장은 동료들과 함께 작은 난로 하나에 의지해 천막을 지키고 있었다. 시민행동은 보 재가동을 막겠다며 지난해 4월말 세종보가 내려다보이는 강 상류 둔치에서 천막농성을 시작했다. 농성은 벌써 300일을 앞두고 있다.

세종보 천막농성은 정부가 보 해체 결정을 뒤집으면서 촉발됐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1년 1월 대통령 직속 국가물관리위원회는 ‘금강·영산강 보 처리방안’을 통해 4대강 사업으로 금강에 설치된 세종보와 공주보를 해체하고, 백제보는 상시 개방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당시 결정은 2017년 11월 세종보가 완전 개방된 이후 수생태계 건강성이 개선됐다는 환경부 모니터링 결과를 토대로 한 것이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국가물관리위원회는 보 처리방안 마련 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한 감사원 감사 결과와 환경부의 재검토 요청을 토대로 2023년 8월 보 해체와 상시개방 결정을 취소했다. 환경부는 이를 근거로 세종보 보수 공사에 들어가 지난해 상반기 중 보 가동을 정상화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 무렵 금강과 낙동강, 영산강 유역의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87개 시민사회단체가 연대해 시민행동을 결성했다. 보 재가동 시기가 임박하자 몸으로라도 막겠다며 이들이 시작한 농성이 해를 넘겨 이어지고 것이다.

‘보철거를 위한 금강·낙동강·영산강시민행동’ 임도훈 상황실장(왼쪽)과 박은영 집행위원장이 지난 7일 금강 세종보 상류 천막농성장을 지키고 있다. 이종섭 기자

‘보철거를 위한 금강·낙동강·영산강시민행동’ 임도훈 상황실장(왼쪽)과 박은영 집행위원장이 지난 7일 금강 세종보 상류 천막농성장을 지키고 있다. 이종섭 기자

그 사이 현장 활동가들은 여름 호우와 보 수문 점검 과정 등에서 천막에 물이 차올라 긴급 대피하거나 고립되는 상황을 겪으며 농성장을 지켰다. 다행히 아직까지 보 재가동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임 실장은 “농성을 하고 있더라도 정부가 필요성이 있었다면 어떻게든 벌써 보를 재가동 했을 것”이라며 “이는 보를 닫을 이유나 근거가 없고 정책적 확신이 부족하다는 걸 보여준다”고 말했다.

환경단체는 세종보를 정부의 물관리 정책 퇴행을 막을 보루로 여긴다. 세종보는 4대강 사업 때 선도지구로 지정돼 전국 16개 보 가운데 가장 먼저 준공했다. 4대강 16개 보 중 가장 장기간 완전개방을 통해 강의 재자연화를 확인한 곳도 세종보다. 정부가 지난해 7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전국에 14개의 댐을 건설 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것도 이들이 농성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가 됐다. 댐 건설 계획 역시 국가 주도의 댐 건설을 중단한다는 전 정부 때의 물관리 정책을 뒤집는 것이다.

임 실장은 “세종보 재가동은 단순히 보 하나를 열고 닫는 문제가 아니라 정부의 역행하는 물정책을 상징하는 것”이라며 “4대강 사업으로 가장 처음 만들어졌고 개방을 통한 자연성 회복의 시작점이 된 세종보에서 4대강 사업 투쟁의 끝을 보고, 역행하는 물정책이 정상화 될 때까지 댐 건설 반대 주민 등과 연대해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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