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옥·수배·추방 견디며 남북 교류, 조성우 전 민화협 상임의장 별세

박용필 기자
조성우 당시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겨레하나) 이사장이 2018년 주간경향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조성우 당시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겨레하나) 이사장이 2018년 주간경향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를 만들어 2000년 이후 남북 민간 교류협력을 이끌어온 허당 조성우 전 민화협 상임의장이 폐암 투병 중 지난 18일 별세했다. 향년 75세.

1950년 경북 상주에서 태어난 고인은 서울 대신고, 고려대 행정학과(68학번)를 졸업했다. 군 복무 중 3선 개헌 반대투표를 했다가 전출을 당했고, 1974년 고려대 비상총학생회장을 맡았다가 1975년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붙잡혀 처음 투옥됐다. 이후 투옥과 수배를 반복했다. 1978년에는 민주청년협의회 의장을 맡아 1979년 11월 ‘명동YWCA 위장결혼 사건’을 주도했다가 계엄령 위반으로 수배됐다.

1980년엔 김대중 내란 음모 사건으로 2년간 투옥됐고, 1983년에는 일본으로 추방됐다가 1987년 귀국했다. 1988년 평화연구소를 설립했다가 1989년 1년간 복역했다. 1990년 베를린 남북 해외실무회담 남측 대표를 맡았다가 징역 1년6월이 선고됐다. 1994년 범민족대회와 관련해 수배됐고 1996년 바르샤바 남북회담과 관련해 징역 1년6월이 선고됐다.

부인 홍연실(전직 교사)씨는 레이디경향과 인터뷰에서 “정말 안 다닌 교도소가 없는 것 같다”며 “정말 목포교도소는 멀더라고요. 5분 정도 남편 면회를 하고 영치금 넣고 책 넣고 나면 오후 3∼4시가 돼요. 그러면 겨우 식사를 때우고 서울로 올라와 택시 타고 집에 오면 밤 12시가 되더라고요. 그게 삶이었어요.”라고 했다.

1998년 9월 진보·보수를 아우른 민화협을 출범시켰다. 고인은 집행위원장, 공동의장, 상임의장 등을 역임하며 사실상 민화협을 이끌어갔다. 북한도 이에 호응해 ‘민족화해협의회’를 만들었고, 2000년 이후 남북 민간교류협력을 주도했다. 2015년엔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 이사장을 맡았고, 2021년에는 민간 통일운동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아 국민훈장 모란장을 수훈했다.

고인은 레이디경향에 “저를 돌아보면 신념의 사나이도, 특별한 투사도 아닌 것 같아요. 고문당할 때도 불면 더 맞을 것 같아서 참고 넘긴 거거든요. 대학생 때 가졌던 소박한 ‘정의감’이 여기까지 오게 한 것이죠.”라고 했다.

유족은 부인 홍씨와 사이에 2녀 정연·수연씨, 사위 황순식(전국비상시국회의 대외협력위원장)·오정인(회사원)씨 등이 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발인 22일.

조성우 전 민화협 상임의장.연합뉴스

조성우 전 민화협 상임의장.연합뉴스


Today`s HOT
미국 프로야구 마이애미 말린스 팀의 훈련 과나바라 만 해변 환경오염으로 자원봉사자들이 힘을 합치다. 폭풍과 홍수로 피해를 입은 미국, 이를 극복하려는 모습 평년보다 낮은 기온 맞이한 미국 시카고의 모습
발렌타인데이 맞이 태국의 '풍선 사랑' 행사 강풍과 많은 눈이 빚어낸 캐나다 비행기 추락 사고..
창립 50주년을 맞이한 피나왈라 코끼리 고아원의 현장 혹독한 겨울 폭풍, 미국을 강타한 후의 상황
리알토 다리 아래에서 모두가 즐기는 카니발 꽃 피운 계절이 온 스페인의 여유로운 일상 해변에서 여유를 만끽하는 프랑스 시민들 오스트리아의 한 마을에서 일어난 공격으로 현장은 추모의 분위기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