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탄소세’ 도입 가능성을 거론하면서 ‘관세 폭탄’이 가시화되고 있다. 탄소세는 제품 생산·사용 과정에서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 상품에 부과하는 세금으로 철강, 자동차 등 탄소 집약적 제품이 일부 포함된 한국의 대미 수출 품목이 영향권에 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9일 산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2기 첫 재무장관으로 내정된 스콧 베센트 지명자는 지난 16일(현지시간) 상원 인사청문회에서 관세 정책에 탄소세를 포함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탄소세 도입은 중국을 겨냥한 조치로 보이지만, 지난해 역대 최대 대미 무역흑자를 기록한 한국도 ‘트럼프발’ 청구서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특히 한국 철강은 미국에서 수입 쿼터제를 적용받고 있어 탄소세가 추가된다면 제품 가격 상승으로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수출이 감소할 수 있다. 앞서 트럼프 1기 행정부는 2018년 무역확장법 232조를 철강에 적용했다. 이에 따라 한국에서 수입하는 철강 물량을 2015∼2017년 3년간의 연평균 수출량의 70%로 축소해 한국은 매년 263만t의 철강 수출에 대해서만 무관세를 적용받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보호무역 강화 정책으로 현대제철은 미국 현지에 제철소의 한 종류인 전기로 공장 건설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서 차량용 강판을 생산해 현대자동차그룹에 납품하면 고관세 부과를 피할 수 있고 비용 절감 등 시너지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부 장관 지명자가 16일(현지시간) 상원 재무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주요 철강사들은 전기로 공법, 수소환원제철 등 친환경 공법 도입에도 나서고 있다. 다만 미국이 탄소 배출 등 기준을 어떻게 정할지와 세율을 어떤 체계로 정할지에 따라 국내 업체들도 크고 작은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탄소세 도입은 자동차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자동차는 석유화학처럼 생산 과정에서 탄소 배출이 많은 산업은 아니지만 도장, 프레스 등 공정에서 탄소가 발생한다.
지난해 한국 자동차 산업은 전체 대미 흑자의 약 60%를 차지하며 ‘수출 효자’ 노릇을 했다. 그만큼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 압력 타깃이 될 공산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당선인은 친환경 정책을 고려하지 않겠지만, 무역장벽으로 활용하기 위해 탄소세를 도입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 조치가 중국 자동차의 미국 시장 진입을 막아 한국 자동차업계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한국에서 미국에 수출되는 대부분의 차는 내연기관 모델인데, 탄소세가 도입되면 테슬라와 같은 100% 전기차 업체에 비해 압도적으로 불리해져 반사이익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