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트럼프 귀환 앞둔 워싱턴, 경계 강화 속 ‘반트럼프’ 집회와 축하파티로 갈라져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트럼프, 워싱턴 입성

실내 취임식으로 예년과 다른 분위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 이틀 전인 18일(현지시간) 워싱턴 연방의회 의사당 앞에는 긴장감이 흘렀다. 혹한으로 인해 의사당 내 중앙홀(로툰다)이 40년 만의 실내 취임식 무대로 결정되면서 주변 경계가 더욱 강화된 듯했다.

의사당 일대를 에워싼 높이 2m의 철제 펜스는 최고 수준으로 격상된 보안 조치를 실감하게 했다. 이날부터 도심 교통 통제가 본격 시작되면서 차도에는 경찰차를 제외하고는 차량을 보기 힘들었다. 반면 취임 행진 장소가 야외에서 실내 대형경기장인 캐피털 원 아레나로 바뀌면서 의사당에서 백악관으로 이어지는 펜실베이니아 애비뉴 등에 세워진 바리케이드가 일부 철거되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제47대 대통령 취임식이 열리는 워싱턴 연방의회 의사당 앞에 보안을 위한 철제 펜스가 설치되어 있다. 워싱턴 | 김유진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제47대 대통령 취임식이 열리는 워싱턴 연방의회 의사당 앞에 보안을 위한 철제 펜스가 설치되어 있다. 워싱턴 | 김유진특파원

새 대통령을 맞이하기 위한 막바지 준비가 한창인 이날 워싱턴에서는 트럼프 당선인 지지와 반대로 첨예하게 나뉜 미국의 현주소를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백악관 근방에서는 오전부터 시민사회 단체들이 합동 개최한 ‘국민 행진(People’s March)’ 집회에서 ‘반트럼프’ 구호가 울려 퍼졌다. 2017년 트럼프 당시 대통령 취임 다음날 워싱턴에서만 50만명이 운집했던 ‘여성 행진(Women’s March)’이 모태인 이번 집회에는 여성 외에 이민, 민주주의, 팔레스타인, 인종차별, 기후 대응, 성소수자 등 다양한 주제로 활동하는 단체들이 참여했다. 다만 집회 참가 인원은 주최 측 추산 5만명으로 8년 전 대비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을 앞둔 18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인근 프랭클린공원에서 트럼프에 반대하는 ‘국민 행진(People’s March)’ 집회가 열리고 있다. 워싱턴 | 김유진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을 앞둔 18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인근 프랭클린공원에서 트럼프에 반대하는 ‘국민 행진(People’s March)’ 집회가 열리고 있다. 워싱턴 | 김유진특파원

워싱턴과 인근 버지니아, 메릴랜드는 물론 노스캐롤라이나, 콜로라도, 미네소타 등 미 전역에서 온 참가자들은 기자에게 “트럼프의 두 번째 임기는 첫 번째보다 모든 면에서 더 나빠질 것”이라며 소수자 권리와 민주주의가 침해될 가능성을 가장 우려한다고 밝혔다. 2017년에 이어 다시 시위에 참여했다는 버지니아 주민 60대 여성 수전은 “내가 고등학생 때 누렸던 권리들을 지금의 여성들이 갖지 못하게 된 것에 분노해서 나왔다”고 말했다. 텍사스에서 온 부부 존 풀린와이더와 샌디 롤린즈는 “트럼프의 막무가내식 이민자 추방은 미국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인간적인’ 이민정책을 촉구했다. 백인 남성 맥스는 “대선에서 졌다고 우리가 패배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알리고 싶어 나왔다”고 전했다.

시위 참가자들이 링컨 기념관까지 도로 위를 행진하는 사이 도심을 거니는 트럼프 당선인 지지자들도 쉽게 눈에 띄었다.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모자와 옷, 목도리 등을 착용한 이들의 모습은 민주당 텃밭인 워싱턴에서 평소 만나기 어려운 풍경이다. 취임식 전날인 19일 트럼프 당선인이 직접 연설할 ‘마가 승리 집회’와 20일 취임식 참석을 위해 워싱턴을 찾은 이들로 추정됐다. 이따금 시위대와 트럼프 당선인 극렬 지지자들 간에 언쟁이 빚어졌고, 경찰이 제지하는 일도 나타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을 앞둔 18일(현지시간) 백악관 인근에서 열린 트럼프 반대 집회에 참가한 한 시민이 ‘트럼프주의가 아닌 민주주의’라고 적힌 푯말을 들고 있다. 워싱턴 | 김유진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을 앞둔 18일(현지시간) 백악관 인근에서 열린 트럼프 반대 집회에 참가한 한 시민이 ‘트럼프주의가 아닌 민주주의’라고 적힌 푯말을 들고 있다. 워싱턴 | 김유진특파원

4년 만에 백악관에 돌아오는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오후 부인 멜라니아, 막내아들 배런과 함께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자택을 떠나 공군기 편으로 워싱턴에 도착했다. 이후 버지니아 스털링의 자기 소유 골프클럽에서 열리는 축하 파티와 불꽃놀이에 참석했다. 19일 오전에는 알링턴 국립묘지를 찾아 헌화하고 오후에는 캐피털 원 아레나에서 열리는 마가 집회에서 지지자들을 상대로 연설한다.

취임식 당일인 20일에는 정오에 맞춰 성경에 손을 얹고 취임 선서를 하게 된다. 이때 군통수권도 넘겨받는다. 이어 취임사를 한 뒤 조 바이든 대통령 부부를 환송하고, 의사당의 ‘대통령의 방’에서 다수 행정명령에 서명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사에는 관세, 이민, 대외정책 등의 분야를 망라한 ‘미국 우선주의’ 정책 구상이 구체적으로 담길 것으로 전망된다. 친환경 정책 폐기 등 ‘바이든 지우기’도 예상된다. 다만 트럼프 당선인 자신은 ‘통합’이 취임사의 핵심 메시지가 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과 부인 멜라니아, 아들 배런이 18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 덜레스국제공항에 도착해서 공군 특별임무기에서 내리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과 부인 멜라니아, 아들 배런이 18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 덜레스국제공항에 도착해서 공군 특별임무기에서 내리고 있다. AP연합뉴스

취임식에는 전직 정·부통령들과 함께 미국 정치권과 재계 주요 인사들이 대거 참석한다. 마크 저커버그(메타), 제프 베이조스(아마존) 등 거대 기술기업 거물들도 포함됐다. 해외에서는 극우 성향의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중국은 한정 부주석, 미국과 함께 안보동맹 쿼드에 속한 일본, 인도, 호주 외교장관들도 참석한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부인 미셸 여사와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민주) 등은 참석하지 않는다.

당초 의사당 앞 야외무대에서 열릴 예정이던 취임식에는 경내 출입을 위한 입장권 22만여장이 배포됐다. 하지만 북극한파로 취임식 장소가 된 로툰다의 수용인원은 600명에 불과하고, 생중계가 진행될 캐피털 원 아레나 규모도 2만석 수준이라 예년과 같은 성대한 분위기는 연출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차원의 방미단에 속한 의원 7명과 국민의힘 의원 5명의 현장 참관 가능성도 희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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