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보니 | 디 올 뉴 메르세데스-벤츠 G 580

‘디 올 뉴 메르세데스-벤츠 G 580 위드 EQ 테크놀로지’ 광고 이미지(왼쪽 사진)와 내부.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제공
지나친 미화·찬양으로 사실을 왜곡했다는 비판이 잇따르지만 백마를 타고 정상을 오르는 나폴레옹을 묘사한 자크 루이 다비드의 그림 ‘알프스를 넘는 나폴레옹’만큼 역동적인 작품도 드물다.
지난해 11월 나온 ‘디 올 뉴 메르세데스-벤츠 G 580 위드 EQ 테크놀로지’(이하 G 580)의 광고 포스터를 보다가 문득 이 작품이 떠올랐다.
특유의 각진 외형과 대형 벤츠 로고를 부착한 채 바위산 정상에 우뚝 서 있는 모습에서 한때 유럽 전역을 휩쓸며 대제국을 건설한 프랑스 황제 나폴레옹의 모습이 중첩됐기 때문이다.
산 정상까지는 아니어도 G 580을 타고 서울 도심과 교외 국도를 달려봤다.
바퀴 4개에 각각 부착된 전기 모터가 합세해 최대 587마력의 출력을 냈다. 당장 산으로 올라갈 듯 으르렁대는 질주 본능의 배경이다. 실제로 ‘G-로어’ 기능을 켜면 기존 G 클래스 특유의 주행 소리와 다양한 이벤트 사운드를 만들어낸다.
가속 페달을 밟았다. 차체에 흔들림이 없었다. 차량 하부에 118kWh(킬로와트시) 용량의 고전압 리튬이온 배터리를 탑재해 무게중심을 낮춘 덕분이다. 울퉁불퉁한 길을 달리다가 지면과 닿아 물리적 충격을 받더라도 견딜 수 있도록 차량 하부 패널은 고강도 탄소 복합 소재로 제작했다. 경사면도 거침없이 올랐다. 극한까지 가보지는 않았지만, “45도 경사각도 끄떡없다”(벤츠 관계자)는 설명을 들은 터였다.
디테일은 아쉬웠다. 너무 큰 목표에 집착했던 걸까. 제복을 입은 듯 탄탄한 사각형 프레임형 구조, 블루 계통의 시원한 색상, 대담한 외관과 달리 실내는 그다지 널찍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운전석과 동승석 사이 커다란 콘솔박스가 공간을 잡아먹은 탓이다.
높은 차체로 인해 운전석을 오르내리는 과정도 다소 불편했다. 각종 첨단 인포테인먼트 기능이 직관적이지 않다는 느낌도 들었다. G 클래스의 첫 번째 전기차인 만큼 공을 들여 터치 조작 방식의 미디어 디스플레이,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 드라이빙 어시스턴트 패키지, 앰비언트 라이트 등 웬만한 편의 사양을 다 갖췄으나, 찾기가 쉽지 않았다. G 580이 가장 자신 있게 내세우는 ‘G-턴’ 기능을 체험하고 싶어 이것도 누르고, 저것도 눌러보는 ‘숨바꼭질’을 2시간 가까이 이어갔으나 끝내 실패했다. G-턴은 좁거나 막다른 길에서 불가피하게 유턴이 필요할 경우, 차량을 거의 제자리에서 360도 회전시키는 기능이다. 자칫 옆 차량에 엄청난 충격을 가할 수 있다는 위험성을 감안하더라도 과도하게 빗장을 걸어놓은 느낌이었다.
시승 차량은 지난해 70대 한정판 모델로 출시한 ‘에디션 원’이다. 일반 모델은 올해 상반기 중 나올 예정이다.